스트로스칸, 프랑스 법정에도 선다
입력 2011-05-18 00:48
도미니크 스트로스칸 국제통화기금(IMF) 총재의 날개 없는 추락이 계속되고 있다. 그는 미국에 이어 자국 프랑스에서도 비슷한 혐의로 법정에 서게 될 전망이다. 프랑스 차기 유력 대선 후보로 거론됐던 그가 수갑을 찬 채 미국 경찰에 연행되자 프랑스의 자존심도 함께 무너졌다.
◇프랑스 법정에도 설 듯=프랑스 앵커 출신 작가 트리스탄 바농(31·사진)이 스트로스칸을 고소할 계획이라고 프랑스 일간 파리지앵이 16일(현지시간) 보도했다.
바농은 2007년 2월 한 TV 프로그램에 출연, 인터뷰를 위해 2002년 스물두 살 때 스트로스칸과 접촉했다가 성폭행당할 뻔했다고 주장했었다. 방송 당시 스트로스칸의 이름은 기계음으로 편집 처리돼 감춰졌다.
바농은 자신의 경력에 오점이 될 수 있다는 것과 가족의 만류 등을 감안해 피해 직후 고소하지 않았다. 바농의 어머니 안느 망수레 의원은 스트로스칸과 같은 사회당 소속이며, 스트로스칸의 두 번째 아내가 바농의 대모(代母)다. 다농의 변호인 다비드 쿠비는 “바농이 지금은 자신의 사건이 심각하게 다뤄질 것임을 알기 때문에 법적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바농의 고소를 계기로 수면에 가라앉았던 스트로스칸의 염문설이 부상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스트로스칸은 피로스카 나기 IMF 연구원, 에밀리 비헤 IMF 직원, 프랑스의 유명 극작가 야스미나 레자 등 수많은 여성과 스캔들이 났었다.
◇무너진 프랑스 자존심=뉴욕타임스(NYT)는 이날 “프랑스인들은 유력 정치인의 수갑 찬 모습이 여과 없이 언론에 노출된 데 크게 수치심을 느끼고 있다”고 보도했다. 프랑스에서는 무죄추정 원칙에 따라 유죄가 확정되기 전 수갑을 찬 피고인의 얼굴이 노출된 사진을 배포하는 것이 금지돼 있다.
프랑스 역사학자 막스 겔로는 “프랑스 역사상 고위급 인물이 마치 유죄가 확정된 잡범처럼 다뤄지긴 이번이 처음일 것”이라고 분노했다. 프랑스 전 법무장관 엘리자베스 기구도 “수갑을 찬 스트로스칸 사진은 야만적이고 폭력적이며 매우 잔인하다”고 비판했다.
영국 언론은 이번 사건이 프랑스 정치권의 ‘남성우월주의’ 문화를 반영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더타임스는 “이번 사건은 프랑스 정치권에 만연한 ‘마초의 폐단’을 여실히 보여준다”며 “프랑스의 오랜 전통은 ‘자유 평등 불륜’이다”라고 비꼬았다. 미국의 포린폴리시(FP)는 프랑스를 ‘불륜의 나라’로 묘사했다. 하지만 이번 사건을 계기로 프랑스에서 지도층의 스캔들에 침묵하는 사회 분위기에 대한 자성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고 NYT가 전했다.
한승주 기자 sj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