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 성향 관료 출신 김진표, 野性 드러내다

입력 2011-05-17 18:48

민주당 김진표 원내대표는 정통 경제 관료 출신이다. 중도 성향이 강한 정책통으로 분류된다. ‘야당 속 보수’라는 평가를 받는 이유다. 이런 김 원내대표가 17일 처음 주재한 원내대책회의에서 ‘전투력이 센 전사’의 모습을 보였다.

김 원내대표는 정부의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입지 선정, 한국토지주택공사(LH) 본사 일괄 이전 등을 강한 톤으로 비난했다. 그는 “MB정부는 없는 갈등도 만든다. 오죽하면 여당에서도 청와대를 두고 ‘지역 분열에 천재적’이라는 소리가 나온다. 갈등 조장 정부”라고 말했다.

국회 인사청문회를 앞두고 있는 ‘5·6 개각’에 대해서도 “실무형 인사를 가장한 MB 특유의 오기인사다. 후보자들이 위장전입, 병역기피, 세금탈루, 부동산 투기 등 이른바 ‘4대 필수과목’을 모두 갖고 있다. 현미경 검증을 하겠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원내대표의 강성 발언은 현재 야당이 처해 있는 상황 때문으로 분석된다. 야권통합·연대를 위해 야성(野性) 발휘를 주문하는 목소리가 당 안팎에서 높기 때문이다. 김 원내대표는 지난 13일 원내대표 선거 당시 정견 발표 때도 “당의 정체성을 강화해 한나라당과 확실한 차별화를 이뤄내겠다”고 말했다.

따라서 다음주 청문회 정국은 김 원내대표가 제1야당 원내사령탑으로서 선명성을 보여줄 수 있는 기회다. 청문회 결과에 따라 그를 포함한 원내 지도부에 대한 당 안팎의 평가가 달라질 수 있다.

박지원 전 원내대표는 김태호 총리 후보자에 이어 이재훈 지식경제부 장관, 신재민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정동기 감사원장 후보자 등을 줄줄이 낙마시키며 원내 장악력을 키웠다. 당 관계자는 “야당 원내대표로서 선명성을 내세우는 건 당연하지만, 뱉은 말만큼 수확이 없으면 당 장악력이 떨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청문회 이후 하반기 정국의 가장 큰 이슈인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 처리도 김 원내대표에게는 야성을 기를 수 있는 무대다. 그러나 비준동의안 반대를 외치고 있는 민주당이 여당에 의외로 쉽게 밀릴 경우 모든 비난의 화살이 김 원내대표에게 날아올 수도 있다.

김원철 기자 wonchu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