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금피크제’ 확산추세 분명한데, 뭔가가…
입력 2011-05-17 18:45
국내 대기업들 사이에서 정년 연장을 전제로 한 임금피크제가 확산되고 있다. 주로 생산직이 많은 업종에서 순조롭게 도입되는 추세다. 그러나 제도 도입을 둘러싸고 노사 간 합의가 쉽지 않은 데다 금융업종에선 부작용이 많아 다시 도입 철회를 고려하는 곳도 나오고 있다.
GS칼텍스는 지난달 임단협을 통해 정년을 만 58세에서 만 60세로 2년 늘리고 만 58세 이후에는 기본급 80%의 임금을 적용하는 임금피크제를 도입하기로 했다고 17일 밝혔다. 임금피크제에서 임금은 원래 정년 시점보다 3∼4년 앞선 시기부터 줄여가는 게 보통이지만, GS칼텍스는 임금피크제를 정년이 늘어난 2년에만 적용키로 했다. 시행은 내년 1월 1일부터다.
회사 관계자는 “사실상 정년이 2년 늘어난 것으로 장기 고용을 통한 직원들의 사기를 높이려는 조치”라고 말했다.
앞서 포스코는 올 1월 1일부터 임금피크제를 실시 중이다. 정년을 56세에서 58세로 연장하는 대신 50∼56세는 임금이 동결된다. 이후 57세에는 기존 임금의 90%, 58세에는 80%를 받는다.
포스코 관계자는 “현재 정년을 앞둔 직원 200명가량이 임금피크제를 신청해 호응도 좋은 편“이라고 말했다.
한국전력공사는 지난해 7월부터 임금피크제를 도입했다. 정년을 58세에서 60세로 늘리되, 56세 임금 기준으로 이후 임금을 삭감해 나가는 형태다. 다만 차장(3급) 이상 간부 직원들은 57세 90%, 58세 80%, 59세 60%, 60세 50%로, 일반 직원들은 57세 95%, 58세 90%, 59세 70%, 60세 65%로 적용된다.
한전 관계자는 “현재 대상이 되는 직원들은 거의 신청을 할 정도로 호응이 높다”고 말했다.
증권업계에서는 신한금융투자가 업계 최초로 올 7월부터 임금피크제를 도입하기로 해 증권업계로 확산될지 주목된다.
그러나 2005년 임금피크제 도입을 선언했던 현대차나 삼성, LG, SK, 롯데, 신세계 등 주요 대기업들은 아직 도입하지 않고 있다. 경영 상황이나 고용시장 여건상 실시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기 때문이란 게 업계의 설명이다. 노사 간 이견이 커 좀처럼 절충하기 쉽지 않다는 것도 걸림돌이다. 현대차도 2005년부터 도입을 시도했으나 노조는 ‘비정규직 양산’을 우려하는 등 진통을 겪다 유야무야됐다. 현대차는 올 임단협에서 임금피크제가 거론될 것으로 예상되지만 합의는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대기업 관계자는 “대부분 대기업들이 임금피크제 도입은 아예 생각도 하지 않고 있다”며 “아직 이 제도를 시행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고, 시행하고 싶어도 여러 걸림돌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특히 2008년 임금피크제를 실시한 국민은행은 인건비 절감 효과가 크지 않고, 간부 직원에게 채권 추심 등 후선 업무를 맡기면서 업무 의욕만 상실시킨다는 판단에 따라 올해 이를 폐지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이에 따라 업종별로 다양한 임금피크제 방식을 연구해 현장에 유연하게 적용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많다.
노석철 기자 schroh@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