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F’ 중소 증권사들 ‘덜덜’
입력 2011-05-18 10:37
불씨 이번엔 ABCP 옮겨붙을 가능성
저축은행 부실 사태를 불러온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여파가 중소형 증권사들로 확산될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이 경우 뇌관은 ‘자산유동화 기업어음(ABCP)’이 될 전망이다.
ABCP는 건설회사의 지급보증, 금융회사의 매입 약정으로 신용을 보강해 발행되는 기업어음을 말한다. 17일 우리투자증권 등 업계에 따르면 올해 말 만기가 되는 PF ABCP의 잔액은 17조6000억원이다. 이달부터 7월 사이 3개월간 만기 도래하는 것만 10조원에 가깝다.
문제는 규모가 작아 자본력이 취약한데도 매입 약정을 맺은 중소형 증권사가 많다는 점이다. ABCP는 만기가 3개월∼1년 정도로 짧아 부동산 개발 기간에 차환 발행(발행한 채권의 원금을 상환하고 새롭게 채권을 발행해 만기를 연장하는 것)이 이뤄져야 한다. 시장에서 차환되지 않으면 해당 건설사 또는 약정을 맺은 금융회사가 사들여야만 한다.
신용등급이 ‘A’인 건설사가 지급보증한 PF ABCP는 이달부터 7월까지 8조5000억원어치가 차환될 예정이다. 주로 기관이 투자한 AA 및 AAA 등급과 달리 A등급은 일반 투자자에게도 많이 팔렸다. 이후 차환 예정 물량은 8월 4000억원, 9월 5000억원 정도다. 업계는 일단 7월까지를 고비로 보고 있다.
하지만 건설업계가 고전하는 상황에서 일반 고객은 ABCP를 사들이지 않을 확률이 높다. 매입을 약정한 회사가 물량을 고스란히 떠안아야 하는 상황이 벌어질 수 있는 것이다. 자본력이 약한 중소형 증권사들에 우려의 시선이 쏠리는 이유다.
특히 일부 중소형 증권사는 자본에 비해 약정 규모가 기형적으로 커 ‘PF 부실 폭탄’에 대한 주의가 더욱 필요하다. KB투자증권의 경우 자기자본이 3882억원이지만 매입 약정은 6322억원으로 자기자본 대비 매입 약정 비율이 162.85%나 됐다. LIG투자증권(99.66%) NH투자증권(95.62%)의 매입 약정 비율도 높은 편이다. NH투자증권 관계자는 “매입 약정 규모가 크지만 A0등급 미만은 보유하지 않아 부실 염려가 없다”고 밝혔다.
이경원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