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금융 매각방안 확정] 산은 인수땐 결국 정부돈으로 공적자금 메우는 격

입력 2011-05-17 22:42


정부가 우리금융 매각의 닻을 다시 올렸다. 그러나 매각 절차를 전격 중단시켰던 지난해 말과 비교할 때 시장 상황은 별로 나아진 게 없는 시점에서 인수 조건만 까다롭게 해 결과적으로 유력 후보자인 산은지주에 특혜를 주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을 피할 수 없게 됐다.

공적자금관리위원회가 17일 밝힌 매각 방식의 골격은 지주사 일괄 매각과 최소입찰 규모의 대폭 강화다. 공자위는 지난해 우리금융지주사와 자회사인 광주·경남은행 등 지방은행을 분리해 입찰에 부치다 보니 지방은행 인수를 위한 지역 간 경쟁 구도가 형성되는 등 불확실성이 컸다고 일괄 매각 방식으로 변경한 이유를 설명했다. 통째로 매각하면 절차가 단순해지고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 도모와 지주사 전체에 대한 프리미엄 획득도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최소입찰 규모의 경우도 4%로 낮게 정하다 보니 경영권 인수 의사가 없는 소수지분 입찰자들이 다수 참여해 당초 기대했던 유효경쟁 여건이 조성되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심지어 입찰자들 가운데는 1%를 써낸 곳도 있을 정도였다고 한다.

따라서 이번에 새로 결정한 두 가지 매각 방식을 통해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 조기 민영화, 국내 금융산업의 바람직한 발전 방향 등 3대 기본 원칙을 달성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나 이번 방안이 3대 기본 원칙을 충족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우선 시장 상황이 녹록지 않다. 정부는 30%로 최소입찰 규모를 늘렸지만 사모펀드나 외국인 투자자들에게도 참여 기회를 열어놨다고 밝혔다. 하지만 일단 적은 지분을 써낸 인수의향서를 제출했다가 컨소시엄을 구성하는 사모펀드의 특성상 이 요건을 충족할 곳은 거의 없을 것으로 보여 유효 경쟁이 성립할 가능성은 더 낮아진다. 민상기 공자위원장도 시장 여건이 충족됐느냐는 물음에 대해 “몇 달 후가 더 좋아질지는 모르겠다”면서 “시작은 해야 되겠고, 너무 늘어진 것에 대한 부담이 있다”고 말했다.

산은지주를 겨냥한 것이라면 이번 매각 방안은 금융산업 경쟁력 강화 방안은 빠뜨린 채 이른바 메가뱅크를 통한 덩치 키우기만 감안한 조치로밖에 볼 수 없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금융발전 방안과 민영화 방안의 순서가 전도된 셈이라는 것이다.

특히 지난해 매각 추진은 2개 이상 인수후보 업체가 참여하는 유효 경쟁이 성립되지 않아 실패했지만 이번에도 같은 기준이 적용될지에 대해서도 논란의 여지를 남기고 있다. 민 위원장은 “잘 모르겠다. 경쟁 원칙은 지켜야 되지 않겠느냐”고 말했지만 금융위의 김용범 공자위 사무국장은 “한 곳만 참여할 경우 유효 경쟁 여부는 공자위에서 논의해봐야 한다”고 다른 시각을 피력했다.

산은으로 인수가 확정될 경우 산은 조기 민영화도 사실상 물건너가는 것으로 봐야 한다는 게 금융계 안팎의 지적이다. 이 경우 3대 원칙 가운데 달성할 수 있는 것은 공적자금 회수 극대화뿐이다. 이마저도 산은지주가 보유한 정부의 재정자금으로 우리금융 인수 대금을 예금보험공사에 지불하는 방식일 뿐이다. 금융계 한 관계자는 “돈주머니를 왼쪽에서 오른쪽으로 바꿔 차는 것 말고는 큰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정확히 못박지 않은 매각 절차 시기도 논란거리다. 공자위는 최종 매각 완료 시점을 이르면 9월 말로 예상하면서도 올해는 넘기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기 때문이다.

현 공자위원들 임기가 8월인 점까지 감안하면 정부가 성과에 얽매여 물리적인 시간에 쫓기고 있든가 아니면 현재 인수 유력 후보인 산은지주를 감안해 서두르고 있다는 지적도 그래서 나온다.

이동훈 김아진 기자 dhle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