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벨트 후폭풍] 연구단 선정·인력·예산 확보 ‘산넘어 산’
입력 2011-05-17 22:33
과학벨트 넘어야 할 과제들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이하 과학벨트)의 입지가 대전 대덕 지구로 결정돼 사상 최대의 국책 과학기술 프로젝트가 본궤도에 오르게 됐지만 넘어야 할 산이 적지 않다. 당장 내년 초부터 본격적으로 이뤄질 기초과학연구원 산하 50개 연구단 선정 작업이 그것이다. 정부는 각 연구단의 구체적 연구방향과 주제도 설정하지 않은 채 연구단 수를 지역적으로 먼저 배분해 탈락 지역에 대한 ‘정치적 배려’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 이에 연구단 50개를 1∼2년 새 모두 선정할 게 아니라 연차 계획에 따라 점진적으로 몇 개씩 진행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지적이 과학계에서 나오고 있다.
금동화 전 한국과학기술연구원(KIST) 원장은 17일 롯데호텔에서 열린 ‘과학벨트 선정 이후 과제’에서 “기초과학연구원은 개방성과 자율성, 관용을 원칙으로 수월성(탁월한 역량) 중심의 연구조직으로 운영돼야 한다”면서 “국제적으로 상위 5%가 선호하는 연구환경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연구단을 지방에 분산 배치하는 것은 필요하나 내년에 선거가 있다고 50개를 급하게 나눠 주지는 말고 연구 진행 의지, 환경, 연구 인력 유치 등을 봐가면서 진행해야 한다. 수준이 떨어져도 연구과제를 진행시키면 결국 하향 평준화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금 전 원장은 50개 연구단 중 5개 이내는 신규 수요를 대비해 남겨두자는 제안도 했다.
약 3000명 규모의 기초과학연구원을 채울 우수 연구원을 충분히 확보할 수 있느냐에도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정부는 초기 20%, 중장기적으론 30%까지 글로벌 인력으로 채우겠다는 생각이지만 연구원 가족의 교육 및 생활지원 등 획기적인 정주 여건이 따르지 않으면 어려울 전망이다. 기존 국내 대학과 출연연구원과의 연구 차별화와 형평성 문제도 제기된다. 한국과학기술기획평가원 이장재 박사는 “형평성을 고려해 처음에는 박사후과정(Post-Doc) 등의 형태로 데려온 후 안착시키는 방법도 있다”고 말했다.
예산 확보도 시급한 문제다. 정부는 과학벨트 조성에 당초 3조5000억원보다 1조7000억원 늘려 2017년까지 총 5조2000억원을 투입하기로 했다. 내년 예산은 4100억원이 책정돼 있다. 과학벨트기획단은 기획재정부와 내년 예산 관련 협의를 마쳤고 재정부 차관이 과학벨트위원으로 참여하고 있는 만큼 예산 확보에 무리가 없다는 입장이다. 문제는 사업 후반기인 2014∼2017년에 무려 3조9700억원이 집중 투입된다는 점이다. 정권이 바뀐 뒤에도 이 예산 계획이 그대로 유지될지는 아무도 장담할 수 없다.
민태원 기자 tw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