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억대 차명계좌 배당금 추적… 檢 부산저축은행 비리 수사, 지인·친인척 계좌 등 수백개 조사
입력 2011-05-18 00:46
저축은행 비리 사건을 수사 중인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는 부산저축은행그룹 대주주와 경영진이 ‘가짜 주주’를 내세워 거액의 배당금을 챙겨간 사실을 확인하고 자금 흐름을 추적하고 있다.
박연호(61) 회장 등 부산저축은행 대주주는 분식회계를 통해 적자 은행을 흑자인 것처럼 위장한 뒤 2005부터 지난해까지 모두 329억원의 배당금을 받아갔다. 이 기간 지급된 전체 배당금 640억원의 51.4%에 해당한다. 검찰은 공개적인 배당금 외에 임직원 지인, 친인척 명의를 빌려 만든 차명주주 계좌에도 100억원 이상의 배당금이 나간 것으로 보고 있다. 검찰은 1차로 ‘109-01’로 시작하는 부산저축은행 소유 차명계좌 57개에 대해 영장을 발부받아 추적하는 동시에 이와 연결된 계좌 수백개의 내역을 살펴보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차명주주 계좌에 들어갔던 돈이 현금이나 수표로 한꺼번에 인출된 정황을 포착, 관련자들을 상대로 향방을 추궁하고 있다. 검찰은 부산저축은행 경영진이 차명주주 계좌에 입금된 배당금으로 비자금을 조성했는지, 혹은 정·관계 인사들이 직접 차명주주 계좌를 통해 배당금을 받을 수 있게 하는 방식으로 로비에 활용했는지 확인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대검 관계자는 17일 “일부 차명주주 계좌로 배당금이 빠져나간 사실을 확인하고 그 내역을 분석하고 있다”고 말했다.
검찰은 또 국민건강보험공단으로부터 5000만원 초과 인출자의 직장 등 관련 자료를 넘겨받아 분석에 착수했다. 검찰은 금융 당국의 부산저축은행그룹 영업정지 방침이 정해진 지난 1월 25일 이후 3주간 5000만원 이상을 빼간 예금주 4300여명의 명단을 확보, 지난 10일 건보공단에 신원조회를 의뢰했었다. 검찰은 이를 토대로 특혜 인출자 면모를 파악할 방침이다. 또 1월 25일 영업정지 방침을 정한 ‘저축은행 구조조정 태스크포스(TF)’에 참여했던 금융 당국 고위 관계자들을 조만간 소환해 조사할 계획이다.
검찰은 이와 함께 부산저축은행이 은행 부패를 감추기 위해 금융 브로커를 기용, 정·관계 로비를 벌였다는 단서를 잡고 브로커 행방을 쫓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예금보험공사는 김옥주 부산저축은행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을 건물 침입 및 업무방해 등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부산저축은행 점거 시위자들은 16일 예보 직원을 폭행해 예보 직원이 갖고 있던 마스터키를 탈취했다.
예보 관계자는 “비대위가 사무실을 점거하면서 저축은행 관리인 업무는 물론 매각 작업을 위한 회계실사가 중단됐다”며 “장기화될 경우 저축은행 여신 고객에 대한 대출만기 연장과 상환 처리가 곤란해지고 원활한 매각 절차 진행도 힘들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지호일 김아진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