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축구] 맏형리더십, 위기를 기회로 바꾼다

입력 2011-05-17 18:20

친정팀 지휘봉을 잡은 ‘황새’와 ‘독수리’의 비행이 프로축구 K리그를 뜨겁게 달구고 있다. 한국 축구 스트라이커 계보를 잇는 황선홍(43) 포항 스틸러스 감독과 최용수(38) FC 서울 감독 대행이 그들이다.

먼저 날아오른 것은 황새였다. 황 감독은 선수시절이던 1993년 독일에서 국내로 복귀할 당시 ‘1대 8 트레이드’의 전설을 만들며 포항에 입단했다. 신생팀이던 완산 푸마(현 전북현대)가 황 감독에 대한 지명권을 갖고 있었지만 이회택 당시 포항 감독이 8명을 내주면서까지 황 감독을 고집했다. 포항 시절 라데와 콤비를 이루며 1998년 J리그 이적 전까지 52경기에서 26골을 뽑아냈다.

지난해 부산의 지휘봉을 놓고 친정팀 포항으로 돌아온 황 감독은 올 시즌 정규리그 10경기에서 6승 3무 1패로 단독 선두에 올라있다. 16점을 득점하는 동안 리그 최소수준인 8점만 실점했다. 시즌 전체로는 27골을 넣고 11점을 실점하는 등 공수가 안정된 모습을 보이고 있다. 특히 15일 전북과의 경기에서는 0-2로 끌려가던 상황에서 후반에 3골을 폭발시키며 경기를 뒤집어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지난해 성적 부진으로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에 참가하지 않고 있어 다른 강팀에 비해 체력적인 부담도 다소 적은 상황이다.

최 감독 대행은 황보관 전 감독의 사퇴로 갑자기 지휘봉을 잡았지만 리그 및 챔피언스리그 5경기에서 4승 1무로 무패가도를 달리고 있다. 선수시절 1994년 안양 LG(FC 서울 전신)에 입단한 후 J리그를 거쳐 2006년 서울의 플레잉코치로 돌아와 선수생활을 마쳤다. K리그에서 148경기에 출전해 54골을 기록했다.

서울은 최 감독 대행이 지휘봉을 잡은 이후 디펜딩 챔피언으로서의 면모를 찾아가고 있다. 팀을 맡을 당시 14위까지 떨어졌던 정규리그 순위는 7위까지 올라갔고, 챔피언스리그에서도 조 1위로 16강에 진출했다. 골을 넣었을 때 선수보다 큰 세리머니로 팀 분위기를 가열시키는 것과 동시에 고명진, 고요한 등 출전 기회를 잡지 못했던 선수들을 중용해 분위기 전환에 성공했다는 평가다.

김현길 기자 hg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