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18 피해자 42%, 아직도 ‘트라우마’에 운다
입력 2011-05-17 18:10
5·18 광주민주화운동을 겪은 사람이 느끼는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트라우마)가 30년간 계속되고 있다. 5·18 피해자의 정신적 고통은 가족과 자녀에게까지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으로 17일 나타났다.
전남대 최정기 교수는 2008년 조사한 ‘국가폭력과 트라우마의 발생 기제’ 연구논문에서 광주지역 5·18 부상자, 구속자, 유족, 가족 등 피해자 281명 가운데 117명(41.6%)이 트라우마를 겪는 것으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이 중 38명은 매우 심각한 수준이어서 긴급한 치료가 필요한 것으로 조사됐다.
집단별로는 시위대의 진압이나 고문으로 몸을 다친 사람이 겪는 피해가 가장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부상자 123명 중 80명(65%)이 트라우마를 겪고 있었고 이 가운데 28명(22.6%)은 매우 심각한 상태의 정신적 스트레스 장애를 느끼고 있었다.
유족(39명) 중에서는 17명(43.6%)이, 구속자(34명) 중에서는 13명(38.2%)이 트라우마를 겪고 있었다. 이 중 15명(38.5%)과 8명(23.5%)은 매우 높은 수준의 트라우마 증세를 보였다.
피해자의 스트레스는 가족과 자녀에게까지 영향을 미쳤다. 최 교수는 “부상자와 구속자 가족 84명 중 7명에게서 트라우마 징후가 발견됐다”며 “부상자 가족 중 1명은 매우 심각한 수준의 트라우마 증세를 보였다”고 지적했다.
또 트라우마를 겪은 5·18 피해자들 상당수가 직장이나 가족을 잃어 경제적 어려움에 빠진 것으로 조사됐다. 이 같은 문제는 피해자의 트라우마 증세를 더욱 심각하게 만들어 만성적 스트레스 장애로 확대됐다.
실제 5·18기념재단이 5·18민주화운동 이후 트라우마로 자살한 10명을 조사한 결과 10명 모두 우울증으로 직장을 잃었고, 이후 알코올 중독에 빠진 것으로 나타났다.
전남대 오수성 교수는 “최근 서울과 경기도, 광주, 전남 지역에 거주하는 5·18 피해자 419명 중 트라우마를 느낀 사람 대다수가 경제적 문제를 겪고 있다”며 “상당수는 최저 생계비 이하로 생활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고 말했다. 이어 “피해자가 느끼는 만성 스트레스로 가족까지 고통 받는 일이 발생하기도 했다”며 “피해자의 트라우마를 관리하고 치료할 수 있도록 정부가 지원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성공회대 한홍구 교수도 “정부가 피해자에게 많은 지원금을 줬지만 피해자들은 과거의 기억을 잊지 못하고 술을 마시다 가족이 해체됐고, 노동 능력을 상실했다”고 말했다.
전웅빈 기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