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쿵푸팬더2’ 만든 여인영 감독 “평범한 영웅 이야기 통해 진정한 나를 찾는 영화”

입력 2011-05-17 18:13


“슈퍼히어로가 아닌 평범한 영웅들은 관객들에게 친근하게 다가설 수 있다고 생각해요. 관객들은 자신과 닮은 영웅들과 여정을 함께하고 싶어 하고 나아가 흠이 많은 영웅들의 이야기에 더 감동을 받을 거라 믿었습니다.”

16일 서울 행당동 CGV왕십리에서 열린 ‘쿵푸팬더2’ 시사회에 참석한 여인영(영문명 제니퍼 여 넬슨·39·사진) 감독은 영화 주인공 포의 매력을 이렇게 설명했다. 그는 이어 “내 안의 진정한 나를 찾고 내적 평화를 찾아가는 것이 이번 작품에 담긴 메시지”라며 “제작 의도가 인간이나 동물의 경계를 넘어 세계로 확산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영화는 국숫집 배달원에서 꿈에 그리던 용의 전사가 돼 무적의 5인방과 평화의 계곡을 지키게 된 포가 가공할 만한 무기를 앞세워 쿵푸 고수들을 없애고 중국을 집어 삼키려는 악당 ‘셴 선생’과 맞서 한판 승부를 벌이는 내용이다. 전작보다 화려해진 볼거리와 영화 곳곳에서 터지는 유머는 물론 주인공 포의 출생 비밀과 러브라인 등이 어우러져 흥미를 자아낸다.

한국에서 태어나 4살 때 가족과 함께 미국으로 이민 간 여 감독은 2003년 드림웍스에 입사해 한국적 감성과 특유의 근성을 발휘하며 두각을 나타냈다. 2008년 ‘쿵푸팬더’에서 스토리 총책임자로 참여해 능력을 인정받은 그는 쿵푸팬더2 감독으로 전격 발탁되며 드림웍스 최초의 여성 감독이자 한국인 감독으로 기록됐다.

여 감독은 전작의 세계적인 흥행에 따른 부담감도 털어놓았다. “쿵푸팬더가 워낙 인기를 끈 작품이어서 사실 고민이 많았어요. 후속작이 아니라 첫 번째 작품이라고 생각하고 저만의 색깔을 찾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캐릭터를 철저하게 연구하고 내용과 볼거리를 짜임새 있게 구성하려고 3년 동안 온 힘을 기울였죠.”

여 감독은 ‘한국 영화를 잘 아느냐’는 질문에는 “최근에 ‘아저씨’를 매우 감명 깊게 봤다. 특히 제 남편이 ‘아저씨’ DVD를 7개 사서 주위에 나눠줄 정도로 광팬”이라며 “주인공 원빈과 만나봤으면 좋겠다”고 대답했다.

영화에서 동서양을 대표하는 할리우드 스타들이 목소리로 출연하는 점도 흥미롭다. 주인공 포에 잭 블랙을 비롯해 앤젤리나 졸리(타이그리스)와 성룡(몽키), 루시 리우(바이퍼), 더스틴 호프만(시푸 사부), 게리 올드만(셴 선생), 양자경(점쟁이 할멈) 등 우리에게도 익숙한 배우들의 목소리가 등장한다. 여 감독은 “잭 블랙은 온 몸으로 목소리를 연기해서 좋았고, 앤젤리나 졸리는 녹음실에 아이들을 데리고 오는 등 자상한 모습을 보여 인상 깊었다”고 말했다.

김상기 기자 kitti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