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 ‘석면 경보’ 서울 유·초·중·고 77%가 함유된 자재 사용

입력 2011-05-17 23:00

서울시내 유·초·중·고교 10곳 가운데 7곳 이상에서 석면 함유가 의심되는 건축자재가 사용된 것으로 나타났다. 학생 건강을 책임져야 할 학교가 오히려 석면으로 뒤덮인 ‘건강 사각지대’가 됐다는 우려가 나왔다.

17일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2009년 서울 지역 전체 학교 2163곳의 석면 실태를 조사한 결과 77.2%인 1669개교의 교실, 화장실 등에 석면의심물질이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석면의심물질은 전문가들이 석면이 함유됐다고 인정한 물질로 직접 성분 검사를 하지 않아도 육안으로 식별할 수 있다. 석면은 세계보건기구가 지정한 1급 발암물질이다.

시교육청이 석면의심물질이 사용된 1669개교를 조사한 결과 학교의 석면의심실(석면의심물질이 있는 교실·화장실 등) 수는 4만7694개로 전체 5만4297개의 87.8%에 달했다. 고교의 석면의심실 비율이 1만742개 중 1만564개(98.3%)였고 초등학교는 2만5791개 가운데 2만2239개(86.2%), 중학교는 1만3791개 중 1만1694개(84.7%)가 석면의심실로 분류됐다. 실내 공간의 대부분이 석면 위험에 노출돼 있는 셈이다. 석면의심물질은 주로 ‘텍스’로 불리는 천장 마감재가 89.4%로 가장 많았고 화장실 등의 칸막이 내부 구성물(8.9%), 바닥재(1.1%) 순이었다.

시교육청은 석면 시설의 훼손 정도를 1∼3등급으로 매겨 ‘심한 훼손’(1등급)이거나 ‘훼손’(2등급)일 경우에만 해당 시설을 보수토록 하고 있다. 석면 시설이 훼손되면 석면이 공기 중에 흩어져 위험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엔 위험성이 낮다고 보기 때문이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석면의심시설이라도 훼손된 경우가 아니면 석면이 공기 중에 퍼질 가능성은 적다”며 “시설의 노후 정도에 따라 연차적으로 해체·제거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학생이 하루 일과 대부분을 학교에서 보내는 점을 감안하면 근본적인 대책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환경운동연합 임흥규 석면팀장은 “학교는 아이들이 활발하게 움직이는 공간이기 때문에 석면의심물질이 있다면 얼마든지 공기 중에 석면이 퍼질 수 있다”며 “훼손된 부분을 고형화하거나 코팅 처리를 하더라도 안심할 수 없다. 전부 교체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임세정 기자 fish813@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