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발 인문학 열기… 소통 場 활짝
입력 2011-05-17 18:01
지방자치단체들이 인문학 부활에 앞장서고 있다.
물질만능주의 풍조속에 점차 사라지고 있는 마을 공동체 문화를 복원, 인간미 넘치는 사람 중심의 도시를 만들기 위해서다.
경기도 수원시는 2014년까지 인문학과 관련된 5개 분야 29개 사업을 선정, 단계적으로 추진하기로 했다고 17일 밝혔다. 수원시는 인문학 운동을 내실 있게 추진하기 위해 ‘인문학 도시 지원 조례’를 조만간 제정하고 인문학도시 자문기구도 운영하기로 했다.
시는 남수동 지역의 빈 집을 리모델링하고 유명 작가들을 유치해 인문학 강좌를 운영하고, 소규모 전시공간과 찻집 등을 설치할 방침이다. 또 세계문화유산 화성 주변에 들어선 기존 공방(工房)은 물론 신규 공방을 유치하고 유명인사로부터 도서를 기증받아 작은 도서관 거리를 만들기로 했다.
인문학 강좌를 개설하는 지자체도 늘고 있다. 서울시는 오는 25일부터 12월까지 한 달에 두 번씩 방이동 한성백제박물관 대강당에서 인문학 거장들이 진행하는 강좌를 마련했다. 조광 고려대 명예교수가 ‘한국문화의 인문학적 성찰’을 주제로 첫 강의를 맡았고, 정재정 동북아역사재단 이사장은 6월22일 ‘독도, 그 역사적 사실과 현실’이라는 주제로, 조동일 서울대 명예교수는 9월28일 ‘고전문학에 나타난 서울’을 주제로 강의할 예정이다.
서울 동대문구는 지난 16일부터 7월7일까지 대학교수로 이뤄진 ‘행복한 인문학 마을 만들기 강좌’를 운영중이다. 대전 대덕구는 오는 21일부터 안산평생학습도서관에서 지역주민들 대상으로 인문학강좌 ‘인문학 수다(手多)’를 개설키로 했다. 부산시는 유네스코 공식행사인 세계인문학 포럼을 오는 11월 개최할 예정이다.
경북 칠곡군은 인문학 육성 중장기 프로젝트를 지난해 5월부터 추진중이다. 국내 석학을 초빙해 강의를 듣는 인문학 아카데미부터, 60∼70대를 위한 황혼의 인문학, 학부모와 함께하는 청소년해오름인문학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운영중이다.
지자체가 인문학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는 것은 현대사회가 효율성과 경제성만 추구하다 보니 물질적으로는 풍요롭지만 ‘인간성 상실’과 ‘공동체 정신 붕괴’라는 부작용에 직면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자체들은 이같은 문제를 극복하기 위해 다양한 인문학 교양 프로그램을 운영, 보다 많은 시민이 이웃과 정감을 나누는 사회 분위기를 조성한다는 계획이다.
이같은 노력은 시민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경남 김해시는 2007년 10월 책읽는 문화를 통해 지속가능한 도시 발전 경쟁력을 갖춘다는 목표아래 ‘책읽는 도시 김해’를 선언했고, 이 결과 현재 12만여명의 시민이 도서관 회원으로 가입해 월평균 13만2000권의 책을 읽는 성과를 거뒀다.
전국종합=황일송 기자 ilso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