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풀릴 대로 풀린 공직기강 손볼 때다
입력 2011-05-17 17:36
이명박 대통령이 어제 국무회의에서 “곧 퇴임하는 부처 장관들은 마지막 날까지 업무에 최선을 다 해 달라”고 당부했다. 이 대통령이 유럽을 순방 중이던 지난 11일 김황식 국무총리가 주재한 국무회의가 몇몇 장관들의 불참과 지각으로 정원을 채우지 못해 10분간 지연된 일에 대한 질책인 셈이다. 이 대통령은 장관들에게 “어려운 때일수록 더 열심히 하는 모습을 국민들에게 보여야 한다”고 주문했다. 장관들은 ‘어려운 때’를 임기말로 해석했을 것이다.
임기말의 권력 누수는 자연법칙처럼 정확하게 일어난다. 4·27 재보선 참패 이후 한나라당에서는 친이계가 와해되는 소리가 요란하다. 미래 권력을 찾아 줄을 서는 데는 의원들뿐 아니라 공무원들도 빠지지 않는다. 현 정권 들어 지난 대선에서 선거대책위원회와 대통령직인수위원회 참여로 줄을 섰거나 대통령 측근을 통해 줄을 댄 사람들이 요직에 임명되는 것을 보고 배운 학습효과다. 이 대통령은 장관들을 질책함으로써 공무원 사회 전체에 경고를 하려는 것이겠으나 얼마나 먹힐지는 알 수 없다.
그렇다고 임기말 공직자들의 기강 해이를 결코 용인할 수는 없다. 복지부동(伏地不動) 정도는 차라리 낫다. 부산저축은행 사태에서 드러난 것처럼 권력기관에 조직 비리가 창궐한 결과 서민들이 피눈물을 흘리게 되었다. 첨단 무기의 성능 결함 등 잇따라 드러난 방위산업 비리는 재정 부담을 가중시켰을 뿐 아니라 국가 안보에 대한 국민 신뢰까지 흔들었다. 지방자치의 허울 뒤에서 불요불급(不要不急)한 공사와 사업, 행사 등으로 혈세를 흥청망청 써대며 사복(私腹)을 채우는 지역 정치인과 토호들의 비리 커넥션이 만연해 있다. 이들 권력비리, 토착비리는 정권 말기가 될수록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날뛸 게 뻔하다.
마침 감사원이 공직기강 해이를 막기 위해 강도 높은 감찰 활동을 벌이기로 했다. ‘비리 공감대’가 형성돼 있는 분야와 인물을 정해 정보 수집을 확대한다고 한다. 총리실도 고위 공직자 비리 자료를 상당히 축적했다고 한다. 이번 공직기강 감찰이 정권 후반기의 의례적 얼차려로 끝나지 말아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