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대형 국유은행으로 관치금융하자고?

입력 2011-05-17 17:35

공적자금관리위원회는 17일 우리금융 민영화 계획을 새로 다듬어 내놨다. 우리금융지주를 우리투자증권 광주은행 경남은행 등 자회사들과 함께 경쟁 입찰 방식으로 연내 일괄 매각한다는 게 골자다.

이와 관련 금융위원회는 금융지주회사법 시행령에 특례규정을 마련할 태세다. 현행 시행령은 금융지주회사가 다른 금융지주회사를 소유할 경우 지분 95% 이상을 보유토록 하고 있으나 여기에 “정부가 소유한 기업에 한해 지분 50% 이상만 확보해도 인수할 수 있다”는 규정을 덧붙인다는 것이다.

공적자금 조기 회수 차원에서 우리금융 민영화는 서둘러 진행해야 한다. 하지만 공자위나 금융위의 행보는 인수 대상자를 미리 정해놓고 그에 맞춰 준비하는 듯 보인다. 이미 KB금융지주 신한금융지주 하나금융지주 등은 인수전 참여를 포기했으니 남는 것은 산은금융지주뿐이다.

컨소시엄을 구성해 우리금융 인수에 자체 참여하려 했던 우리금융지주도 16일 “이번 매각방식이 순전히 산은지주를 위한 요식절차에 불과하다”며 인수전 불참을 선언했다. 그간 김석동 금융위원장과 강만수 산은지주 회장이 ‘메가뱅크’, ‘대형 투자은행(IB)’ 탄생에 올인한 듯한 주장을 펴왔음을 감안하면 우리금융의 지적은 근거가 전혀 없지 않다.

우리 경제 규모에 걸맞은 대형 IB, 메가뱅크의 필요성을 부인하는 게 아니다. 필요성에는 공감하지만 ‘산은지주+우리금융’의 탄생으로 빚어질 부정적인 측면도 따져봐야 한다는 얘기다. 무엇보다 정부 소유의 국책은행인 산은지주의 우리금융 인수는 민영화에 역행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합병 이후 등장할 대형 국유은행은 신(新)관치의 첨병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우리금융의 지적에 따르면 합병은행은 국내 37개 대기업집단 가운데 23개의 주채권은행이 돼 국내 대기업시장의 70%를 점하게 된다. 금융시장의 쏠림현상이 그것도 관치와 결합함으로써 어떤 폐해를 야기할지 알 수 없다. 메가뱅크, 대형 IB도 좋지만 충분히 예상되는 폐해까지 감수하면서 산은지주가 우리금융을 인수하려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