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신도 신학강좌] 파도치는 영성
입력 2011-05-17 17:41
정체 감춘 적과의 싸움
우리의 씨름은 혈과 육에 속한 것이 아니요, 공중의 정사와 권세 잡은 이 세상의 어두움의 주관자들과의 전쟁이다(엡 6:12). 악한 영들은 신앙생활을 못하게 하는 것이 목적이고, 우리는 반드시 그 방해를 이기고 신앙생활을 잘해야 하는 것이 목적이기 때문에 여기서 생기는 마찰이 곧 영적 전쟁이다.
군복을 입고 하는 전쟁이라면 적과 아군을 쉽게 구분할 수 있다. 그런데 악한 영들은 눈에 보이지 않고 손에 잡히지도 않는다. 항상 생각을 통해서, 환경을 통해서 타락할 수밖에 없는 이유를 만들고 죄를 범할 수밖에 없는 함정을 파 놓고 죄를 짓게 한다. 이것을 모르고 겉으로 보이는 것만 가지고 판단하고 문제의 원인을 찾으려 하다 보면 늘 이 전쟁에서 패배할 수밖에 없다.
아담과 하와가 선악과를 먹고 죄를 범한 뒤 하나님이 아담에게 선악과를 왜 먹었느냐고 물으셨을 때 아담은 하나님이 만들어 주신 여자가 먹으라고 해서 먹었다고 말한다. 다시 말해서 하나님이 하와를 안 만들어 주셨으면 자신에게 선악과를 먹으라는 사람도 없었을 것이고, 당연히 선악과를 먹을 일도 없었을 것이라는 변명이다. 하나님이 만드신 하와가 선악과를 먼저 먹고 자신에게도 먹게 했으니, 따지고 보면 그 책임이 하나님께 있다는 말이다. 아담의 임기응변이 참 대단하고 논리적으로도 그럴듯해 보인다.
“가라사대 누가 너의 벗었음을 네게 고하였느냐 내가 너더러 먹지 말라 명한 그 나무 실과를 네가 먹었느냐 아담이 가로되 하나님이 주셔서 나와 함께하게 하신 여자 그가 그 나무 실과를 내게 주므로 내가 먹었나이다”(창 3:11∼12)
선악과를 먹으면 정녕 죽는다고 하나님은 분명히 일러주셨는데 어째서 아담과 하와의 생각이 달라져서 선악과를 먹었을까? 아담은 하와가 먹으라고 해서 먹었다고 하고, 하와는 뱀이 먹으라고 해서 먹었다고 계속 핑계를 대고 억지를 부렸다. 그런데 하나님은 뱀에게 “너는 왜 선악과를 먹으라고 했느냐”고 묻지 않으셨다. 죄가 바로 마귀에게서 온 것임을 말해주고 있는 것이다. 성경은 마귀를 처음부터 범죄한 자라고 했고, 죄를 짓는 자는 마귀에게 속한다고 했다.
“죄를 짓는 자는 마귀에게 속하나니 마귀는 처음부터 범죄함이니라 하나님의 아들이 나타나신 것은 마귀의 일을 멸하려 하심이니라”(요일 3:8)
우리도 마찬가지다. 무슨 이유 때문에 죄를 지었고, 이런저런 이유 때문에 신앙생활을 할 수 없다는 논리가 아무리 타당하더라도 반드시 그 뒤에는 그렇게 만든 자 곧 마귀가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우리가 이것을 볼 줄 알면 영적 전쟁에서 이기게 되어 있다. 마귀는 그 정체가 드러나면 물러가야 한다. 그런데 어두움의 주관자인 이 마귀가 정체를 감추려 하기 때문에 이 싸움이 어려운 것이다.
만약에 하와도 선악과를 먹으면 눈이 밝아지고 하나님처럼 된다는 뱀의 말이 새빨간 거짓말이요, 자기를 죽이려는 마귀 역사라는 것을 알았다면 받아들이지 않았을 것이다. 유다도 예수 팔려는 생각을 마귀가 자기 생각에 넣었다는 것을 알았다면 그 생각을 받아들이지 않았을 것이다. 마귀는 항상 우리에게 잘되게, 행복하게 해준다고 하면서 속인다. 그 조건들이 겉으로 보기에는 그럴듯하지만 결과적으로는 하나님과의 관계를 끊어놓으려는 수작인 것을 알고 속지 말아야 한다.
윤석전 연세중앙교회 목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