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길원목사의 행복 칼럼] 행복in-행복人-행복印 (7)

입력 2011-05-16 09:59


집 문 앞에 있어야 할 쓰레기 통

퇴계 이황은 부부 갈등을 겪는 제자에게 ‘부부간에 도리를 지키는 것은 힘들지만 이것이 가정 행복의 근본이다.’는 내용의 편지를 써서 보냈다고 합니다. 이황은 살아 있는 동안 끊임없이 선조 임금의 부름을 받음은 물론 학문으로도 세상의 존경을 한 몸에 받은 행복한 사람이었지만 개인적으로는 불행한 삶을 살았습니다. 평소 이황의 인품을 믿었던 스승이 자신의 딸을 거두어 달라고 부탁하였는데, 그 딸은 어릴 때 사화를 겪은 충격으로 정신이 온전치 못한 상태였습니다. 이황은 스승의 청을 거절하지 않고 받아들여 어린아이처럼 철없는 아내의 행동을 감싸 주며 평생 남편의 도리를 다하며 살았습니다. 평소 부부가 서로 이해하며 살기가 어렵다는 것을 아는 이황은 아내와의 사이가 좋지 않은 제자가 공부를 마치고 집으로 돌아갈 때, 제자에게 편지를 써 주며 말했습니다.

“편지를 여기서도 말고 집에 들어가서도 말고, 집에 도착하면 사립문 앞에서 읽게.”

제자는 왜 그러냐고 묻고 싶었지만 스승의 명이라 그러겠다고 대답하고 길을 떠났습니다. 그리고 스승의 말대로 집 사립문 앞에 도착해서 스승이 써 준 편지를 뜯었습니다. 그 내용은 사립문 앞에서 편지를 읽으라고 한 이유와 자신의 경험을 토대로 부부가 함께 살아가면서 지켜야 할 도리에 대한 설명이었습니다.

“사립문은 가정과 세상의 경계 지점이네. 가정은 세상의 가치가 적용되지 않는 또 다른 세상이네. 집 밖에서 있었던 울분과 괴로움은 집안으로 들이지 말고 사립문 앞에서 마음을 정화하고 들어가야 하네. 이것이 사립문 앞에서 편지를 읽으라고 한 이유이네. …… 군자의 도는 부부에서 시작되네. 가장 가까운 사이이지만 또한 가장 조심해야 하는 사이이므로 늘 손님을 대하는 마음으로 아내에게 예를 다하게. 그럼 모든 문제를 극복하고 평생 이해하며 살 수 있을 것이네.”

사립문이 사라진 오늘날, 현관 문 앞에 쓰레기통을 놓아두면 어떨까요? 현관문을 열기에 앞서 세속의 걱정과 분노를 쓰레기통에 버리고 밝고 환한 얼굴로 집에 들어서기 위해서 말이죠.

대부분의 사람들이 출근 준비는 철저히 하는데 가정의 행복이 시작되는 퇴근 시간을 준비하는 데는 무신경합니다. 가족이 행복하지 않고서는 절대 진정한 행복을 누릴 수 없습니다. 가족에게 불행 바이러스 대신 행복 바이러스를 심으려면 퇴근 시간을 더 소중히 해야 합니다.

영업으로 잔뼈가 굵은 분이 있었습니다. 영업부 세일즈맨으로 시작해 사장 자리까지 오른 입지전적인 인물입니다. ‘어떻게 세일즈맨으로 입사해서 사장이 될 수 있었느냐?’는 질문에 ‘성공의 비밀은 가정에 있다.’고 대답했습니다. 그도 집에 들어서자마자 잔소리를 하던 전형적인 남편이었지만 어느 순간 가정이 행복해야 나도 행복하고, 그래야 일도 잘할 수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고 합니다. 그래서 가정의 행복을 위해 한 가지를 지켰는데, 일을 마치고 들어서는 집 앞에서 크게 한숨을 쉬며 스스로에게 다짐하는 것이었습니다.

“나는 오늘 마지막 고객을 만나러 왔다.”

어떻습니까?

“나는 오늘 마지막 고객을 만나러 왔다.”

가족생태학자·행복발전소 하이패밀리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