업그레이된 '탱크' 최경주의 진군은 멈추지않는다

입력 2011-05-17 00:26

“후반 홀이 어려워 부담이 됐지만 하나님의 힘으로 결국 우승을 차지할 수 있었습니다.”

최경주(41·SK텔레콤)는 우승할 때마다 “하나님께 감사 드린다”는 말을 잊지 않을 정도로 독실한 크리스천이다. 정규 경기 17번 홀에서 버디 퍼트로 단독 선두에 올라선 뒤 그는 하늘을 올려다보며 감사의 뜻을 표했다. 그리고 우승이 확정된 뒤 모든 공을 하나님에게 돌렸다. 신앙은 그에게 여유와 평정심, 뚝심을 심어줬다. 이런 깊은 신앙심에다 자신의 별명 ‘탱크’처럼 최경주는 그동안 거침없이 진군했다.

2000년 한국인 최초로 미국프로골프(PGA) 투어에 진입한 그는 2002년에는 한국인으로는 처음으로 PGA 투어 정상에 올랐다. 한국남자골프의 선구자인 그는 2005년부터 4년 연속 우승컵을 수집하며 자신의 최종 목표인 메이저대회 우승을 정조준했다.

현실에 안주하지 않았던 그는 2008년 1월 소니오픈 우승 이후 과감한 스윙 교정에 나섰다. 향후 10년을 준비하고 궁극적으로는 메이저 우승을 위해 근육량을 늘리고 체중 감량을 단행했다.

그러나 새로운 진군을 위한 그의 승부수는 부작용을 낳았다. 체중을 10㎏가량 줄인 탓에 클럽과 스윙이 몸에 맞지 않으면서 샷이 흔들렸고 통증까지 나타났다. ‘불혹’을 앞두고 찾아온 부상은 깊은 슬럼프로 이어졌다.

소니오픈 직후 열린 뷰익 인비테이셔널을 포함해 2008년 PGA 투어 5개 대회에서 컷을 통과하지 못했고 2009년에는 1개 대회에서만 톱10에 진입했을 뿐 22개 대회 중 9차례나 컷 탈락했다.

‘한물갔다’는 주위의 평가에 그는 특유의 뚝심과 집념으로 스윙 교정을 이어갔다. 이런 과정을 최경주는 비행기에 비유했다.

“그동안 잘 비행하다가 또 다른 도약을 위해 잠시 착륙했다. 이제 정비가 끝났다. 이륙만 하면 된다.”

끊임없이 장비 교체 등 새로운 시도를 통해 자신을 변화시키며 때를 기다렸던 최경주는 마침내 16일(한국시간) 한국골프 역사를 새로 썼다. 아시아 선수로는 처음으로 ‘제5의 메이저대회’로 불리는 PGA 투어 플레이어스 챔피언십을 제패한 것이다.

최경주는 이날 미국 플로리다주 폰테 베드라비치의 소그래스TPC 스타디움 코스(파72)에서 열린 대회 최종 4라운드에서 2타를 줄여 합계 13언더파 275타로 데이비드 톰스(미국)와 동타를 이룬 뒤 연장 첫 번째 홀에서 우승을 확정지었다. 3년4개월 만에 만져보는 통산 8번째 우승 트로피다.

이 대회는 총상금 950만 달러가 걸려 4대 메이저대회인 마스터스, US오픈, 브리티시오픈, PGA 챔피언십(이상 총상금 750만 달러)을 능가해 ‘제5의 메이저대회’로 불린다. 최경주는 우승상금 171만 달러(약 18억7000만원)를 받아 시즌 상금 랭킹을 3위(291만5000달러)로 끌어올렸다. 세계랭킹도 34위에서 15위로 수직상승한 최경주는 19일부터 나흘 동안 제주 핀크스골프장에서 열리는 SK텔레콤오픈에 출전하기 위해 17일 오후 금의환향한다.

김준동 기자 jd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