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립고에 28억짜리 골프연습장 논란… 강원 영서고, 3개 기관서 예산 따내 40타석 건립 추진

입력 2011-05-16 21:38

강원도내 한 공립고등학교가 수십억원의 예산을 들여 골프연습장 신축을 추진중이어서 논란을 낳고 있다.

16일 강원도교육청에 따르면 원주 영서고는 골프관리과 수업을 위해 강원도교육청(18억원), 강원도(5억원), 원주시(5억원) 3개 기관으로부터 28억원의 사업비를 배정받아 비거리 100m, 40타석 규모의 대규모 골프연습장 신축을 추진하고 있다. 1941년 원주농업고로 개교한 영서고는 95년 교명을 바꾼 후 지난해 골프관리과를 신설해 학년 당 37명씩 1·2학년 74명의 학생을 지도하고 있다.

영서고에 설치된 골프관리과의 주된 목적은 선수 육성이 아닌 골프장 운영 및 관리에 필요한 전문인력 양성이다. 이 때문에 지역교육계에서는 골프연습장이 아니라 조경이나 잔디손질, 장비관리, 경영기술을 배울 수 있는 6∼9홀 규모의 교육용 골프장 시설을 갖추면 충분할 것이라고 지적하고 있다. 또 학교 대부분이 인근 골프연습장과 협약을 맺어 무료로 이용하거나, 소규모 골프연습장을 신축해 충분한 교육적 효과를 보고 있는 상황에서 특정학교만 대규모 시설을 갖춘다는 것은 형평성 차원에서도 맞지 않는다고 주장하고 있다. 운영비 역시 매달 수백만원이 소모돼 학교 재정에도 큰 부담을 줄 것이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영서고가 계획 중인 골프연습장 운영을 위해서는 한 달 전기요금만 최소 200만원이 드는데다 냉난방 시설을 가동하면 1000만원 가량 필요한 것으로 알려졌다.

골프연습장 업주들의 민원도 만만치 않다. 영서고는 당초 시민들을 대상으로 회원을 모집해 벌어들인 수익으로 장학금을 마련하겠다는 계획을 세웠다가 지역 골프연습장 업주들과 마찰을 빚어 철회하기도 했다. 일부 시민들도 학생보다는 교직원이나 동문들을 위한 골프연습장이 될 것이라며 의혹의 눈초리를 보내고 있다.

그러나 도교육청은 전임 교육감 시절 이미 예산이 통과돼 사업 철회가 어려운 만큼 골프연습장이 교육 외의 목적으로 사용되지 않도록 지도감독을 철저히 하겠다는 입장이다.

원주=정동원 기자 cd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