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재정위기 처리 불똥 튈라” 스트로스칸 퇴진 전망

입력 2011-05-16 21:11

성범죄 혐의로 미 뉴욕 경찰에 체포된 도미니크 스트로스칸 국제통화기금(IMF) 총재가 조만간 물러날 것으로 전망됐다. 따라서 그의 사임은 그리스의 추가 지원 등 유럽 재정위기 처리에 상당한 영향을 미칠 게 불가피하다는 관측이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5일(현지시간) 스트로스칸 총재의 사임이 임박했으며, IMF가 당분간 존 립스키 수석부총재의 총재직 대행 체제로 운영될 것이라고 보도했다. IMF는 성명을 통해 “IMF는 이 문제와 상관없이 정상적으로 운영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영국 일간 가디언은 이날 “그리스가 스트로스칸 사건으로 인해 채무위기 해결이 지연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총 3400억 유로의 채무를 가진 그리스는 이달 들어 “추가 지원이 없으면 곧 만기가 돌아오는 600억 유로의 채무를 갚는 것이 불가능하다”고 밝혀 왔다. 그리스 추가 지원을 강력히 지지해 온 스트로스칸이 이런 결정적 시점에서 IMF 총재직에서 물러나는 것은 그리스에 타격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포르투갈도 문제다. 포르투갈에 대한 구제금융 최종 확정을 앞두고 지난 15일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와 스트로스칸 총재의 회동에 시선이 쏠렸었다. 하지만 스트로스칸 총재가 공항에서 체포되면서 회동 자체가 취소됐다.

벌써부터 IMF 집행체제의 변화가 거론된다. 로이터통신은 “차기 IMF 총재가 유럽인이 아닐 수도 있다”면서 “그럴 경우 유로존 유지에 상대적으로 덜 관심을 보일 것”이라고 관측했다. 개발도상국들은 그간 유럽 출신 총재가 이끄는 IMF가 서유럽 국가들에 구제금융을 제공하면서 지원 액수와 조건 등에서 특혜를 준다는 불만을 제기해 왔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신임 IMF 총재로 개도국 출신의 총재가 나올 가능성이 커졌다고 보도했다. FT는 터키 재무장관 출신의 케말 더비스 미국 브루킹스 연구소 부소장, IMF 부총재를 지낸 아구스틴 카르스텐스 멕시코 중앙은행장 등을 유력 후보로 꼽았다.

한승주 기자 sjha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