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감원, 부산저축銀 ‘내부 제보’ 받고도 묵살
입력 2011-05-16 18:43
저축은행 비리 사건을 수사하고 있는 대검찰청 중앙수사부는 금융감독원이 부산저축은행 내부 직원에게서 은행 비리에 관한 인터넷 신고를 받고도 묵과했다는 의혹을 조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검찰은 부산저축은행 대주주와 경영진이 직접 정·관계 로비를 계획, 실행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16일 검찰과 금감원 등에 따르면 부산저축은행 영업팀에서 근무하다 2008년 11월 퇴직한 김모(28·여)씨는 2009년 3월 초 금감원 홈페이지 ‘금융부조리 신고’란에 “저축은행이 특수목적회사(SPC)를 만들어 대출해 주고 통장과 도장을 직접 관리하고 있다”고 제보했다. 김씨는 금감원 조사를 문의하는 글을 며칠 간격으로 3∼4차례 올렸다. 당시 금감원은 부산저축은행에 대한 현장 조사를 벌이고 있었다.
그런데 김씨에게 연락을 취한 이는 부산저축은행 감사 강모(60)씨였다고 한다. 김씨는 검찰에서 “강 감사가 신고를 취하하라며 먼저 접촉해 왔다. 금감원에서는 연락이 없었다”고 진술했다. 김씨는 그 다음달 강 감사로부터 6억원을 받고 신고 접수를 취하한 혐의로 구속기소됐다.
검찰은 금감원이 관련 제보를 제대로 조사하지 않고, 부산저축은행 측에 고의적으로 정보를 흘렸는지를 확인할 방침이다. 금감원 감사실도 당시 담당자를 불러 경위를 파악하고 있다.
대검 중수부는 김씨를 비롯해 부산저축은행 임원을 협박, 5억∼10억원씩 뜯어간 전직 직원 4명을 구속기소했다. 7조원대 불법 행위를 저지른 부산저축은행 경영진이 비리를 입막음하는 데만도 서민 예금 수십억원이 마구 쓰인 셈이다.
영업1팀 과장이던 윤모(46)씨는 고객 대출금 7억원을 마음대로 썼다가 들통 나 2005년 1월 은행을 나오게 되자 강 감사에게 전화해 “정년 때까지의 월급, 위로금 등으로 10억원을 주지 않으면 비위 사실을 금감원과 언론에 알리겠다”고 협박해 요구대로 돈을 받아냈다. 영업2팀 과장 김모(42)씨, 영업 창구 직원 최모(28·여)씨도 같은 수법으로 각각 5억원을 받아 챙겼다.
검찰은 부산저축은행이 금감원 및 정·관계 인사들을 장기간 치밀하게 관리해 온 정황을 포착, 대주주와 경영진의 입을 여는 데 주력하고 있다. 검찰은 박연호(61) 회장 등 대주주 4인이 매일 오전 원탁회의를 열고 은행 업무를 일괄 조율했던 점을 주목하고 있다.
로비 대상과 로비 방법, 액수 역시 원탁회의 자리에서 결정됐을 가능성이 크기 때문이다. 최근 구속된 금감원 전 국장 유모(61)씨도 임원회의 결정에 따라 은행 대표가 매월 300만원씩 돈을 건넸다.
지호일 기자 blue51@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