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반기 법률시장 개방] “송무서비스 강화” 前官들 무차별 입도선매

입력 2011-05-17 00:29

법률시장 개방을 앞두고 외국과 국내의 대형 로펌들은 이미 불꽃 튀는 인재 경쟁에 돌입했다.

첫 싸움은 미국과 영국 변호사 등 국내 로펌에 고용된 외국 변호사를 끌어들이기 위한 스카우트 경쟁이다. 2002년부터 국내 최대 로펌인 김앤장 법률사무소에서 프랑스 법률자문을 맡아온 한국계 변호사인 필립 리씨는 최근 미국 5위권 로펌인 존스데이의 아시아 총괄역으로 영입됐다.

김앤장 법률사무소 관계자는 16일 “미국과 영국의 대형 로펌이 벌써 김앤장의 외국 변호사 중 10여명을 영입했다”면서 “김앤장도 경쟁을 위해 외국 변호사를 빼오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대형 로펌들은 외국 변호사보다는 엉뚱하게도 판검사와 정부 고위 관료, 회계사 등 고급 인재를 영입하기 위한 경쟁에 주력하고 있다. 예전에는 장관급 고위 관료가 주요 영입 대상이었지만 최근에는 경쟁이 심화돼 국·과장급 인사까지 무차별적으로 영입하고 있다. 전관예우를 부추긴다는 비난을 받더라도 기업 자문시장에서의 열세를 만회해야 한다는 판단에서다.

특히 대형 로펌은 송무 시장에서의 우위를 확보하기 위해 전직 판·검사를 싹쓸이하는 데도 주력하고 있다. 시장이 좁아질 경우 국내 중소 로펌이나 개인변호사와의 경쟁이 치열해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법무법인 화우의 변동걸 파트너 변호사는 “자문 시장이 외국 로펌의 침투로 영향을 받는다면 실적이 마이너스가 될 가능성이 커 로펌은 송무 시장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대형 로펌이 해외 시장을 포기하고 국내 송무 시장에 집중하기보다는 해외 로펌과 경쟁할 수 있도록 국제 경쟁력을 높이는 데 집중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지적한다.

대한변호사협회 최정환 국제이사는 “대형 로펌들이 제한된 송무 시장에 집중할 경우 중소 로펌이나 개인 변호사는 고사할 것”이라며 “자유무역협정(FTA)을 기회로 생각하고 외국계 대형 로펌과 경쟁할 준비를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또 “태국에는 한국 기업이 많이 진출했지만 한국 변호사는 한 명도 없고, 브라질에는 성공한 한인 변호사가 5명이나 된다”고 덧붙였다. 국내 로펌이 해외 사무소를 추가로 개설하고 해외에 산재한 한인 변호사를 잘 활용하면 대형 로펌이 충분히 국제경쟁력을 갖출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해외시장 공략과 관련된 국내 기업의 잘못된 관행을 꼬집는 시각도 있다. 한 대형 로펌 관계자는 “외국 기업은 국내에 진출할 때 자국 로펌을 데리고 오는데 국내 기업은 해외에 진출할 때 우리 로펌을 끼고 들어가지 않는다”고 말했다.

안의근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