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기자-천지우] 폐기된 3색 신호등, 잃어버린 신뢰
입력 2011-05-16 18:35
경찰이 16일 ‘3색 화살표 신호등’ 운영을 중단키로 한 것은 뼈저린 정책 실패다. 2년간 공을 들여온 정책을 국민에게 납득시키지 못하고 혼란만 가져왔기 때문이다.
조현오 경찰청장은 “어느 날 갑자기 새로운 신호등이 나타나니까 많은 국민이 거부감을 가진 것 같다”고 말했다. 경찰은 2009년 3색 신호등 도입을 결정하고 지난해 도로교통법 시행규칙도 바꿔 올 4월 20일부터 서울 도심 교차로 11곳에서 시범 운영에 들어갔다. 적법한 절차에 따라 운영한 것이지만 대다수 시민은 ‘어느 날 갑자기 생긴 것’으로 받아들였다.
경찰이 충분히 설명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지난해 공청회를 열었지만 형식적인 행사에 그쳤고, 시범 운영 직전까지 홍보를 거의 하지 않았다.
경찰은 시범 운영 과정에서 제기된 ‘빨간색 화살표가 헷갈린다’는 비판과 ‘예산낭비 아니냐’는 의혹도 말끔히 해소하지 못했다. 경찰 내부에서조차 ‘효과를 잘 모르겠다’는 엇박자가 나오기도 했다.
부정적인 여론을 끝내 돌리지 못한 원인에 대해 조 청장은 “‘이제껏 불편 없이 지내왔는데 왜 건드리려 하느냐’는 정서가 컸고 ‘멀쩡한 신호등을 왜 돈 들여 바꾸려 하느냐’는 잘못된 인식도 퍼졌기 때문”이라고 답했다. 그동안 이 같은 의문에 명쾌한 대답을 내놓지 못한 것이다.
경찰 고위 관계자는 “3색 신호등의 장점이 새로운 제도 시행으로 시민이 받는 스트레스와 학습 부담을 상쇄하고도 남는지에 대해 고민이 부족했던 것 같다”고 반성했다.
정부 관계자는 “어차피 시범 운영이었으니 그만둬도 부담이 크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서울 지역 시범 운영에 6900만원을 썼고 이를 원상복구하는 데 4000여만원이 또 들어간다. 서울 외 42곳의 교체 수요까지 포함하면 수억원이 낭비됐다. 잃어버린 신뢰를 회복하는 데 들어갈 비용은 계산조차 어려울 만큼 크다.
천지우 사회부 mogu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