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분석] 상처 남긴 MB정권 4대 대형 국책사업… 국가비전 대신 갈등만 키웠다
입력 2011-05-16 21:32
정부가 16일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거점지구를 대전 대덕으로 확정하면서, 이명박 정부의 이른바 ‘4대 갈등 국책사업’이 모두 일단락됐다. 이 대통령은 과학벨트 입지 결정과 관련, 청와대 수석비서관회의에서 “과학비즈니스벨트가 제2의 과학진흥에 기여해 대한민국의 미래, 과학한국의 미래에 희망이 되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표면적으로는 4개 갈등 사업이 정리됐다. 세종시 수정안은 국회에서 부결됐고, 동남권 신공항 건설은 백지화됐으며, 한국토지주택공사(LH) 본사 이전은 진주로, 과학벨트는 대전 대덕으로 각각 결정됐다. 그러나 수조원이 투입되는 대형 국책사업들이 국가 비전을 제시하기보다는 지역 갈등만 키웠다는 비판이 거세다.
이들 사업은 비슷하게 시작돼 비슷한 갈등 과정을 거쳤다. 일부 사업은 노무현 정부 때 시작됐다가 이 대통령의 대선 공약으로 확정됐고, 이를 재검토하면서 갈등이 확산되는 과정을 반복했다. 세종시와 동남권 신공항이 대표적이다. 세종시는 법안까지 통과됐던 사안이었으나, 이 대통령이 ‘국가 백년 대계’ 차원이라며 수정을 추진, 10개월간 논란을 빚었다. 동남권 신공항 역시 이전 정부에서 추진이 검토되다가 이 대통령의 공약으로 확정되면서 폭발력이 커졌다.
과학벨트는 세종시 수정안과 연계해 풀려다가 혼선을 자초한 경우다. 이 대통령은 당초 세종시 수정안과 과학벨트를 묶어 한꺼번에 해결하려 했다. 정부는 행정도시 대신 과학과 기업도시 개념의 세종시 수정안을 제안했으나,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의 반대와 6·2 지방선거 패배로 국회에서 부결됐다. 여기에 이 대통령은 지난 2월 1일 방송 신년좌담회에서 과학벨트 입지 원점 재검토를 시사해 혼선을 키웠다.
이런 일련의 과정을 거치면서 현 정부가 스스로 신뢰 상실을 초래했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신율 교수는 “임기 초반에 결정했어야 할 문제를 너무 끌었다”면서 “정부가 신뢰를 잃으면서 갈등이 증폭되고 수습이 안 되는 측면이 크다”고 말했다. 정치평론가 고성국 박사 역시 “신공항 백지화나 과학벨트 충청 이전 모두 정부 발표 이전에 결정이 알려졌다”며 “짜맞추기라는 비판이 나올 수밖에 없고, 이는 정부 결정과정에 대한 신뢰를 무너뜨렸다”고 비판했다.
청와대는 원칙대로 결정했다는 입장이다. 핵심 관계자는 “법률에 따른 판단을 해야 하는 정부로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다”고 말했다. 다른 관계자는 “호남이 소외됐다는 주장도 있으나, 전주에는 국민연금관리공단이 이전하게 되고 새만금에는 삼성그룹이 7조∼8조원을 투자키로 하지 않았느냐”고 반문했다. 대형 국책사업에는 지역갈등이 불가피한 측면도 있다는 것이다. 정부 내에서는 앞으로 대형 국책사업 결정 방식을 재검토해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정부 관계자는 “현행처럼 지역공모 형식으로 선정하게 되면, 지역갈등이 불가피하다”며 “이를 최소화할 수 있는 방안을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남도영 김원철 기자 dyna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