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종자확보 전쟁’ 속속 결실… 다년생 콩 등 개도국 희귀품종 1350점 공동 연구

입력 2011-05-16 18:29


꽃 피는 마늘, 다년생 콩, 높이 5m 옥수수. 우즈베키스탄, 미얀마 등 국가들의 야생에 살고 있는 특이 종자들이다. 이들이 국내 국립농업유전자원센터에서 연구·개발되고 있다. 우리 정부가 직접 해외로 진출, 해당국과 공동개발을 통해 신(新) 유전자원 확보에 팔을 걷어붙인 성과다.

16일 기획재정부와 농림수산식품부, 농촌진흥청 등에 따르면 정부는 해외농업기술개발(KOPIA) 센터를 통해 개발도상국의 희귀 야생 품종 1350점을 수집, 현지 국가와 함께 공동연구를 진행 중이다. KOPIA는 개도국의 농업연구기관에 농촌진흥청 연구관을 파견해 현지에 농업기술을 전수해주는 사업이다. 우리는 기술을 주는 대신 자원의 보고인 해당국가의 원시 상태 ‘야생’을 해당국가와 함께 연구한다.

각국은 기후 변화 등에 적응할 수 있는 새로운 종자 확보를 둘러싸고 ‘종자 전쟁’을 벌이고 있다. 전 세계 종자 시장의 20% 이상을 미국의 종자 기업 한 곳이 차지할 만큼 이미 독과점화됐다. 민간 종자 기업이 매우 열악한 우리 실정에서 KOPIA 사업은 우리가 활용할 만한 새로운 종자를 찾는 ‘틈새시장’ 전략인 셈이다.

우즈베키스탄에서 찾은 높이 5m 가량의 옥수수 나무는 동물들의 풋사료(잎 등 채소 공급용)로 사용할 가치가 높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크기가 큰 멜론, 꽃이 피는 마늘 등 특이 체질의 유전자원도 다수 확보됐다. 미얀마에서는 연간 계속 자라는 콩 종자를 수집해 특성을 파악 중이다. 콩은 길어야 200일 정도밖에 살지 않는 작물이다.

새로운 유전자원을 국내 종자와 교배할 경우 기후 변화나 식량 수급 문제는 물론 맛이나 질 측면에서도 우수한 종자를 개발할 여지가 생긴다. 정부는 2009년 6개국으로 시작한 KOPIA 사업을 지난해 10개국으로 확대했고, 올해도 5개국을 추가하기로 했다. 농촌진흥청 조양희 아시아실장은 “기후변화 등 앞으로 다가올 상황에 대비해 새로운 인자들과의 교배를 통해 강한 ‘잡종세대’를 기르자는 것이 KOPIA 사업의 큰 목적”이라고 말했다.

조민영 기자 mymin@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