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웨스트민스터신학교 마이클 호튼 교수 “교회성장·개인 삶 보다 복음을 먼저 선포해야”
입력 2011-05-16 20:42
“예수 그리스도는 우리를 잘 살게 만드는 코치가 아닙니다. 사회적 성공, 행복한 결혼생활, 원만한 대인관계를 위한 효과적인 방법이 아닙니다. 예수 없이 더 잘 사는 사람 많습니다. 이제 우리의 삶을 윤택하게 하는 방법 말고 기독교의 핵심인 복음을 선포해야 합니다.”
‘미국 교회에 그리스도가 없다’고 신랄하게 비판해 주목받고 있는 웨스트민스터신학교 마이클 호튼 교수는 웃으며 말했다. 하지만 교회가 개혁돼야 한다는 그의 메시지는 강렬했다.
호튼 교수는 미국 개혁주의 신학자로 명성을 얻고 있다. 북미연합개혁교회 담임목사, 미국기독교종교개혁연합 대표를 맡고 있는 호튼 교수는 ‘그리스도 없는 기독교’ ‘미국제 복음주의를 경계하라’ 등의 저서를 통해 실용주의와 상업주의에 물든 미국 복음주의권 교회를 강하게 질책했다. 특히 한국에서도 잘 알려진 조엘 오스틴(미국 레이크우드교회) 목사의 책 ‘긍정의 힘’에는 ‘잘 되는 나’만 있고 그리스도가 없다고 질타했다.
호튼 교수는 최근 한국에서 열린 ‘제1회 개혁신학과 현대목회 세미나’ 등에 참석하기 위해 방한했다. 지난 14일 이번 세미나를 주최한 경기도 안양 열린교회에서 그를 만났다.
호튼 교수는 “미국인 대부분이 크리스천이라고 말하지만 믿음, 신앙, 교리가 아닌 감정, 경험을 원한다”며 “진리가 무엇인지보다 무엇이 더 효과적인가 또는 유익한가에 관심을 갖고 있다”고 개탄했다. 그는 또한 “목회자들 역시 복음을 선포하지 않고 선교, 문화, 훈련 등으로 교회를 성장시키는 데만 애쓰고 있다”고 덧붙였다.
호튼 교수는 청중에게 “아마 한국교회 역시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기독교에 밀어닥친 실용적·문화적 도전은 미국이나 한국이나 비슷한 양상으로 이미 전 세계로 뻗어나가고 있다는 것이다.
호튼 교수는 현대 교회의 그리스도 없는 기독교 증상이 ‘도덕적이고 심리치료적인 이신론’, 신학적으로 펠라기우스주의에서 기인한다고 설명했다. 그가 설명하는 도덕적이고 심리치료적인 이신론은 다음과 같다. ‘인간은 태어날 때부터 선한 존재로, 착하게 살면 하늘나라에 간다. 삶의 목표는 행복이다. 인간이 스스로 선하고 행복을 추구하므로 하나님이 필요 없다. 다만 치료하는 수단으로 존재한다.’
호튼 교수는 “도덕적이고 심리치료적인 이신론이 확산되면서 교회에서 성경이 그럴듯한 인용구 정도로 사용되고 있다. 하나님을 알고 신뢰하기보다 하나의 개인적인 자원 정도로 활용하고 있다”고 안타까워했다. 예수가 ‘더 나은 내’가 되기 위한 비법으로 여겨지고 사람들의 관심이 온통 최선의 삶을 사는 데로 집중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그는 특히 ‘긍정의 힘’이 그리스도 없는 기독교를 확산시키고 있다고 비판했다.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말하고 살라는 ‘자기계발식’ 메시지가 오히려 그리스도의 무용론을 확산시킨다는 것이다.
오스틴이 행복, 형통, 성공에 집중하고 있다면 브라이언 매클라렌 목사의 ‘이머징 처치’는 지구 온난화, 평화, 정의 등을 강조한다고 호튼 교수는 지적했다. “매클라렌의 저서에서도 하나님이 아니라 사람이 구원의 주체가 되고 있습니다. 성경에서는 예수를 ‘유다의 사자’라고 말하고 있어요. 그러나 이들은 예수 그리스도를 집고양이로 만들고 있죠.”
호튼 교수는 교회가 다시 회복되려면 성도들이 복음을 분명하게 알아야 한다고 했다. 그는 “복음은 하나님이 우리를 그리스도 안에서 자신과 화해시키셨다는 ‘좋은 소식’”이라며 “하나님이 우리를 위해 무엇을 하셨는지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그는 “예를 들어 ‘식민시대가 끝났다’ ‘인종차별이 끝났다’는 소식이 있다면 이것만으로 사람들은 변한다. 복음은 그런 소식보다 무한하게 좋기 때문”이라며 ‘좋은 소식’은 항상 사람들을 변화시킨다고 했다.
따라서 교회 지도자들이 율법뿐만 아니라 복음을 선포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그러면서도 “율법은 우리가 무엇을 해야 하는지 알려주지만 복음은 하나님께서 우리를 위해 무엇을 하셨는지 가르쳐준다. 결코 이 둘이 혼합되어선 안 된다”고 율법과 복음의 구분을 언급했다.
호튼 교수의 한국 방문은 이번이 처음이다. 그는 “한국교회의 열정에 대해 이미 들었지만 이번 교리 세미나에서 뜨거운 열기를 확인하고 적잖이 놀랐다”고 말했다.
전병선 기자 junb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