싹 안 트는 볍씨·기름값도 못 건지는 조업… 농민도 어민도 한숨만 는다
입력 2011-05-15 19:20
‘농민은 싹이 안 터 울고, 어민은 고기가 안 잡혀 한숨만 쉬고….’
모내기철을 앞두고 정부에서 보급한 벼종자가 싹을 틔우지 못하는 현상이 속출하면서 농가들이 비상에 걸렸다. 과수농가도 저온현상으로 개화시기가 지연돼 애를 태우고 있다. 어촌은 어획량 감소에다 유류비와 어구가격마저 치솟아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
15일 국립종자원과 시·도농업기술원에 따르면 전국 농가에 보급한 볍씨 25개 품종 2만7000t 가운데 호품벼, 오대벼, 운광벼, 주남벼, 동진2호 5개 품종 1300t에 대해 불량 민원이 제기됐다. ‘불량 볍씨’ 의혹이 전국에서 처음 제기된 강원도에서는 오대볍씨 전체 공급물량의 28%인 240t에서 발아지연 현상이 확인됐다. 피해가 가장 큰 광주와 전남은 6800농가에 공급된 호품벼 712t 가운데 95%가 제대로 발아되지 않았다. 국립종자원은 광주·전남지역에 보급된 호품볍씨에 대해 정부보급종 생산 이래 처음으로 사용중지 명령을 내렸다. 강원도 강릉에서 모판 3000개(10만㎡)를 심은 김모(60)씨는 “싹을 제대로 틔우지 못해 마을 사람 대부분이 모판을 모두 엎고 새로 심었다”고 푸념했다.
과수농가들은 저온현상으로 개화가 지연돼 발을 구르고 있다. 강원도는 겨울이 전국에서 가장 빨리 오는 탓에 개화가 늦어지면 착과도 늦어져 생육에 타격을 입기 때문이다. 강원도는 개화시기인 지난달 하순 10일 가운데 7일이 비가 내리면서 평균기온이 평년보다 3.5도나 떨어졌다. 농민 김모(45·춘천시)씨는 “날씨가 추워져 복숭아꽃이 피는 시기가 열흘 가량 늦어졌다”며 “일조량 부족으로 품질이 떨어질까 우려된다”고 한숨지었다. 고랭지 감자와 옥수수도 파종시기가 예년에 비해 5∼10일 가량 지연되고 있다.
어민들도 울상이다. 강원도환동해출장소가 집계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3월부터 5월까지 동해안 어선들의 어획량은 1854t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의 52%에 그쳤다. 반면, 국내 어업용 면세유 가격은 한 드럼(200ℓ)당 19만6000원으로 27개월째 상승하고 있다. 강릉 주문진항에서 조업하는 이모(55)씨는 “조업을 나가면 손해인데 어떻게 배를 띄울 수 있냐”며 “조합원 어선 수는 500여척이지만 요즘 조업에 나서는 배는 하루 200척도 안 된다”고 전했다.
춘천=정동원 기자 cdw@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