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대형 국책사업 혼선… 전국 민심은 ‘핵분열 중’

입력 2011-05-15 18:57

“나눠지고, 찢어지고, 할퀴어지고….”

대형 국책사업의 혼선으로 전국 곳곳에서 분란이 일어나고 있다. 국책사업 유치를 둘러싼 갈등은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과학벨트) 사업에서 최고조에 달했다. 과학벨트의 대전 유치가 확실시되면서 경북·울산·대구는 물론 호남과 충북지역의 반발이 거세다.

특히 경북은 동남권신공항 사태의 재연이라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경북지역 시민·사회단체 회원 500여명은 14일 궐기대회를 열고 혈서까지 쓰며 정권퇴진 운동도 불사할 것임을 밝혔다. 경북·울산·대구 3개 시·도 범시도민유치추진위원회도 15일 경북도청 앞마당에서 수천명이 모인 가운데 과학벨트 유치를 위한 범시도민 궐기대회를 열고 정부의 행태를 비판했다. 과학벨트 호남권유치위원회도 이날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특정지역을 염두에 둔 짜 맞추기식의 정략적 심사를 결코 동의할 수 없다”고 비난했다.

이와 관련 과학벨트 충청권 사수 충북지역 민·관·정 공동대책위원회도 “충북 오송·오창은 과학벨트 기능지구에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며 “정부가 과학벨트를 영호남에 분산배치하면 ‘정치 벨트’로 규정하고 불복종운동을 전개할 것”이라고 밝혔다. 충북공대위는 충북도청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충청권에 거점지구와 기능지구가 입지하는 것이 순리이고 최소한 충북의 오송·오창이 기능지구에 반드시 포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북은 한국토지주택공사(LH) 본사 유치 무산으로 극도의 충격과 분노에 휩싸였다. LH본사유치추진비상대책위원회와 전북도애향운동본부는 “정부안을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다”며 16일 청와대 앞에서 항의집회를 열기로 했다. 또 이날 정부안을 최종 심의해 의결할 대통령직속 지역발전위원회 회의를 실력 저지할 계획이다. 참여자치전북시민연대는 성명을 내고 “LH 경남 진주 이전은 즉각 철회돼야 하며 막장행정을 펴는 이명박 정권을 강력히 규탄한다”고 밝혔다.

반면 진주지역 시민사회단체로 구성된 경남혁신도시지키기진주시민운동본부는 “LH의 진주 일괄이전을 환영한다”면서 “다만 국민연금공단의 전주 이전 방침은 절대로 수용할 수 없으며, 강력한 거부 투쟁을 전개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더불어 영남지역에서는 동남권신공항 백지화 후폭풍이 여전히 잠들지 않고 있다. 수조원의 예산을 필요로 하는 이 사업은 결국 무산됐지만 부산과 경남·대구·경북 간 민심은 아직도 뒤숭숭하다.

그러나 최근 전국이 지역 갈등을 넘어 국론 분열까지 휩싸이게 된 것은 정부가 원인을 제공한 탓이라는 목소리가 높다. 이창엽 참여자치전북시민연대 민생사업국장은 “정부가 국책사업을 수행하면서 지역 균형발전보다는 정치 논리로만 추진하고 있다”며 “원칙과 약속을 팽개치고 지역 간 싸움만 부추기는 이런 행태는 반드시 개선돼야 한다”고 말했다.

전국종합=김용권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