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순간 실수로 권력·명성 와르르… 칸 IMF총재 성추문으로 본 사례

입력 2011-05-15 21:34

성추문은 공직자를 자리에서 물러나게 하고 세간의 비웃음거리로 만든다. 유명인사에게 있어 성추문은 여전히 패가망신의 지름길이다.

모셰 카차브 전 이스라엘 대통령은 부하 여직원을 성폭행한 혐의 등으로 지난 3월 징역 7년형을 선고받아 실형을 살게 됐다. 24세 최연소 시장으로 당선되면서 대통령까지 지냈던 화려한 정치 생명도 동시에 끝났다. 그가 대통령에 재임 중이던 2006년 성폭행, 성추행 등의 의혹이 제기됐고, 그는 임기 만료 2주를 남겨놓고 불명예 퇴진해야 했다. 카차브 전 대통령은 선고 당일 판사에게 눈물을 흘리며 “잘못된 선고다. 나는 정치적 희생양일 뿐”이라고 읍소했다. 하지만 재판부는 “성폭행이란 범죄는 육체적으로 해를 끼치고 한 인간의 영혼을 파괴한다”며 중형을 선고했다.

실비오 베를루스코니 이탈리아 총리는 카차브 전 대통령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높은 인물이다. 그는 현재 미성년 성매매 혐의로 재판을 받고 있다. 이탈리아 검찰은 미성년 알선 혐의가 있는 총리 측근 3명도 함께 기소한 상태다. 베를루스코니 총리는 1994년 총리 선출 이후 부패와 탈세 등의 혐의로 수차례 기소됐지만 그때마다 요리조리 빠져나갔다. 하지만 ‘루비 게이트’로 불리는 이번 재판으로 정치 생명이 끝날 거란 전망이 높다. 이달 말 법원의 심문이 예정돼 있다.

미국 정가에서도 성추문이 끊이질 않았다. 가장 유명한 인물은 ‘지퍼 게이트’의 주인공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이다. 그는 1998년 백악관 인턴사원 모니카 르윈스키가 관련된 성추문 사건으로 하원에선 탄핵안이 통과되는 절체절명의 위기를 겪었다. 상원 투표에서 부결되면서 파면은 면했지만 바람둥이 대통령이란 이미지는 피할 수 없었다. 그나마 성공한 경제정책이 없었다면 최악의 대통령이 될 뻔했다.

지난달에는 존 엔자인 공화당 상원의원이 의원직을 사퇴했다. 그는 선거캠프 참모였던 기혼 여성과의 외도 사실 등이 드러나 미 연방 법무부와 상원 윤리위원회의 조사를 받아왔다. 얄궂게도 그는 1998년 빌 클린턴 전 대통령의 탄핵을 주도했던 인물이다.

공직자가 아닌 일반 유명인 중에선 영화감독 로만 폴란스키가 성추행으로 고생한 대표적인 인물이다. 그는 1977년 당시 13세 소녀를 성추행한 혐의로 미국에서 기소되면서 무려 25년간 미국에 돌아가지 못했다. 결국 2009년 체포돼 전자발찌를 차는 굴욕을 당했고, 그의 영화도 저평가되는 수모도 겪어야 했다. ‘골프 황제’ 타이거 우즈는 패가망신의 최신 사례다. 건실한 남편, 자상한 아버지 이미지는 순식간에 사라졌다. 실력도 예전만 못하다는 평가다.

김도훈 기자 kinchy@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