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금융 투자자들 “소송도 검토”
입력 2011-05-15 18:50
하나금융지주가 주말에도 론스타와 ‘콘퍼런스콜(다자간 전화회의)’을 이어가며 외환은행 인수를 위한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외환은행 인수가 교착상태에 빠지면서 하나금융 투자자들도 곤혹스런 처지에 놓였다. 이들은 일단 협상 진행과정을 지켜본 뒤 소송 여부 등을 결론지을 예정이다.
하나금융은 지난 14일부터 론스타 실무진과 마라톤 콘퍼런스콜을 갖고 있다고 15일 밝혔다. 지난 12일 금융당국의 심사 유보 이후 뚜렷한 입장을 밝히지 않고 있는 론스타 측도 협상에 적극적으로 임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나금융 관계자는 “이번 주 초쯤이면 일부 진척사항이 나올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양측은 계약 연장 협상을 진행하는 한편 매각 무산 시 귀책사유 규명 및 법리검토, 사태 이후 각자의 연착륙 방안 등을 병행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하나금융의 유상증자 투자자들은 대응책 마련에 고심 중이다. 지난 2월 말 1조3353억원 규모의 제3자 배정 유상증자에는 국내외 32개 기관투자가가 참여했다.
국내에서는 한국투자증권(204만주), 미래에셋자산운용(200만주), KTB자산운용·국민연금·부영주택(각 150만주), 삼성자산운용(132만주), PCA자산운용(100만주), 동부화재(45만주) 등이 투자했다. 나머지 투자자는 페리캐피탈 등 국외 뮤추얼펀드와 헤지펀드 등이다.
이들은 주당 4만2800원으로 증자에 참여했지만 하나금융 주가는 지난 13일 하한가를 기록하며 3만7850원으로 곤두박질쳤다. 투자자들은 11% 정도의 투자손실을 본 셈이며 향후 주가가 하락할 경우 손실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자체 자금을 투자한 한국증권, 하나금융과의 전략적 제휴로 참여한 부영주택 등은 일단 결과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다. 한국증권 관계자는 “아직 결론을 내긴 이르다. 상황을 좀 더 파악한 후 경영진이 소송 등의 의사 결정을 내릴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자산운용사들은 개별 펀드에 편입시킨 데다 일부는 이미 처분한 것으로 알려졌다. KTB자산운용은 주식 대부분을 처분했고 미래에셋·삼성운용 등도 펀드 운용 과정에서 일부 물량을 팔았다. 미래에셋 관계자는 “개별 펀드를 책임지는 매니저들이 알아서 판단할 사항으로 인수 여부가 아직 유동적이어서 회사 차원의 공식 입장은 없다”고 말했다.
KTB자산운영 관계자도 “증자의 목적이 외환은행 인수자금 조달에 있긴 하지만 인수가 무산된다고 해서 기관투자가가 하나금융에 배상 등의 반대급부를 요구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고 말했다.
강준구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