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기업 ‘소매시장 엘도라도’ 인도 대공세… 우리는?

입력 2011-05-15 18:50


월마트는 글로벌 소매유통 시장의 최강자다. 지난해 매출이 4219억9000만 달러, 지난 1분기 영업이익은 80억 달러에 달한다. ‘유통공룡’ 월마트는 2006년 인도 기업 바라티와 합작해 캐시앤드캐리(창고형 도매유통업) 형태로 인도에 진출했다.

월마트는 올해 들어 인도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그동안 시장 탐색을 했다면 이제는 장악에 나선 것이다. 올해부터 5년 동안 50억 루피(1억1100만 달러)를 투자해 5개인 매장을 2015년까지 50개로 확대할 계획이다.

월마트가 6년째 인도에 눈독을 들이는 이유는 뭘까. 답은 폭발력에 있다. 15일 통상교섭본부에 따르면 2004년 2100억 달러였던 인도 소매유통업 시장 규모는 지난해 3000억 달러에 육박했다. 시장 크기는 아시아에서 중국(2조 달러)에 이어 두 번째다. 올해 4000억 달러, 2014년에는 7000억 달러까지 성장할 전망이다.

◇‘엘도라도’ 인도=최근 통상교섭본부는 인도 소매유통 시장에 대한 보고서 하나를 냈다. ‘황금알 낳는 거위’로 자라고 있는 인도 소매유통 시장을 눈여겨보라는 취지다. 인도는 구매력 기준으로 3조5000억 달러에 이르는 세계 4위 소비시장이다. 경제전망 전문기관인 글로벌 인사이트는 인도가 2020년에 구매력 기준으로 9조8000억 달러에 이르는 거대 소비시장으로 탈바꿈할 것으로 본다.

특히 구매력이 높은 중산층이 급증하면서 시장 색깔을 바꾸고 있다. 인도는 2005∼2008년 소득증가율이 7∼8%에 이르렀다. 전체 인구에서 부유층 및 중산층이 차지하는 비중은 1995년 2.9%에서 2009년 14.5%로 껑충 뛰었다.

이에 따라 소비 흐름이 고가제품, 비식료품으로 다양해지고 있다. 대형 쇼핑몰, 백화점, 하이퍼마켓 등 현대식 소매유통점이 출현하고 있다. 프랜차이즈, 대형 할인점 등 기업형 소매업은 초고속 성장을 하고 있다. 기업형 소매업 성장률은 2007년 40.0%, 2008년 45.1%, 2009년 45.1%, 지난해 45.0%를 기록했다.

◇글로벌 기업 ‘잰걸음’…우리는 먼 산 바라기만=개방에 소극적이던 인도 정부는 달라졌다. 지난해 4월 소매유통 시장 개방 논의를 시작했고, 외국인 투자를 100%까지 허용할 계획임을 밝히기도 했다.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선진국의 개방 압력이 거세지고 있어서다. 현재 인도 정부는 소매유통업에서 외국인 직접투자(FDI)를 전면 금지하고 있다. 다만 단일 브랜드 소매유통업은 외국인 출자를 51%까지 허용하고 있다.

이 때문에 시장을 선점하려는 글로벌 기업의 발걸음은 한층 빨라졌다. 까르푸는 지난해 인도 퓨처그룹과 양해각서(MOU)를 체결하고 프랜차이즈 형태의 매장 개설에 합의했다. 퓨처그룹은 2015년까지 300개에 이르는 하이퍼마켓을 세울 예정이다. 스페인 패션 브랜드 ‘자라’는 타타그룹과 합작 형태로 지난해 인도에 첫발을 디뎠다. 505개 아웃렛 매장을 운영하는 리복은 2008년 인도에서 140억 루피(3억1200만 달러)에 이르는 매출을 올렸다.

반면 우리 기업은 아직 팔짱만 끼고 있다. GS샵이 2009년 인도 홈쇼핑업체 ‘HS18’ 지분을 인수해 3대 주주가 된 것 말고는 진출 사례조차 없다. 코트라 뭄바이 KBC(코리아비즈니스센터) 관계자는 “우리 기업들도 서둘러 인도에 물류·유통 시스템을 구축하고 인도 소비자와 접점을 넓혀야 한다”고 말했다.

김찬희 기자 c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