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세균·박지원 ‘여유’… 손학규·정동영 ‘무덤덤’
입력 2011-05-15 21:27
떠들썩한 축제가 끝난 뒤 두 손에 남는 것은 계산서다. 지난 13일 개최된 민주당 원내대표 경선이 마무리되면서 손학규 대표와 정동영·정세균 최고위원, 박지원 전 원내대표 등 이른바 ‘빅3+1’에게도 계산서가 돌아왔다.
가장 기분 좋은 사람은 정세균 최고위원이다. 이번 선거에서 친노·486 그룹 등 정 최고위원을 중심으로 한 옛 당권파는 김진표 후보를 적극 밀어 당선시켰다. 빅3 중에서 특정 후보를 지지한 것은 그가 유일하다.
정 최고위원은 여세를 몰아 5·18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일과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일인 오는 23일에 맞춰 5박6일간 광주·전남과 부산·경남을 잇는 민주 성지순례를 떠나는 등 대권 행보에 적극 나설 방침이다. 그는 순례기간 중 “민주화의 성지인 광주와 부산, 마산을 연결해야 정권을 교체할 수 있다”는 ‘남부민주벨트론’을 강조할 예정이다.
박지원 전 원내대표도 실속을 챙겼다. 5표가 조금 넘는 자신의 지분을 적절히 활용했다는 평가다. 민주당 관계자는 15일 “박 전 원내대표의 표가 한곳으로 몰리지는 않았던 것 같다”며 “그러나 한 표 차이의 초박빙 승부였고, 결선 투표에서 표가 이동한 점을 보면 결과적으로 캐스팅보트를 행사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신임 원내대표가 경기도 출신이라는 점은 차기 당 대표를 노리는 박 원내대표 입장에서 나쁘지 않다. 수도권 원내대표에 호남 당 대표론이 탄력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손 대표는 선거과정에서 중립을 표방했고, 15∼20표 정도로 분류되는 친 손학규계 의원들은 적절히 표를 분산했다. 다만 정세균 최고위원 측을 견제하기 위해 전략적으로 강봉균 의원에게 표를 많이 준 흔적은 엿보인다. 손 대표가 새 원내대표와 함께 ‘수도권 투톱’을 구성된 것은 향후 당 외연 확장 등에 득이 됐다는 지적도 있다.
정동영 최고위원은 쇄신연대 등 당내 비주류를 규합하는 등 여전한 세를 과시했다는 평가다. 쇄신연대의 표는 반(反)정세균 구도에 앞장서며 선거를 박빙으로 이끌었다. 그러나 김 후보의 당선을 막지 못했다는 점에서 볼 때 한계가 있었다는 분석이다.
한편 ‘손학규·김진표’라는 수도권 투톱 체제가 형성되면서 호남 의원들 사이에서는 당내에서 불고 있는 인적쇄신 바람이 호남 물갈이로 이어지는 게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전국정당화를 위해 호남 텃밭 기득권 포기를 전제로 한 과감한 공천개혁과 인재영입이 필요하다는 논리가 부각되고 있기 때문이다. 향후 당 지도부가 공천개혁 및 인재영입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수도권과 호남권이 대립과 갈등을 벌일 수 있는 대목이다.
엄기영 기자 eo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