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 “아마추어네…”… 휴대전화로 ‘타이머’ 구입 문의, 꼬리잡혀

입력 2011-05-15 18:30


서울역과 서울고속버스터미널 등 도심 한복판에서 발생한 폭발사고가 주가 조작을 노린 ‘아마추어의 작품’으로 드러나자 경찰은 크게 안도하는 모습이었다.

이상정 서울경찰청 형사과장은 15일 “이번 사건이 정치적 테러나 대공 용의점이 있는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경찰 관계자는 “사람을 다치게 할 의도는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폭발물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이 없어 범인들도 폭발력을 예상하지 못했다”고 전했다.

김모(43)씨 등이 제조한 사제폭탄은 폭죽놀이용 화약 7∼8개를 모은 수준이라고 경찰은 설명했다. 이 사제폭탄 때문에 전국에 폭발물 신고가 이어지고 테러설까지 제기됐다.

그러나 경찰은 모방범죄 등 추가적인 돌발 상황에 대한 대비를 강화하고 있다. 이용표 경찰청 생활질서과장은 “결과적으로 큰 폭발이 없어서 다행”이라며 “인터넷을 통해 폭발물 제조 지식을 쉽게 습득할 수 있는 만큼 폭발물의 위험성과 처벌 등에 관련한 홍보를 계속하는 한편 경비·경계 활동을 강화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김모(43)씨 등은 범행에 사용된 타이머를 구입하며 남긴 흔적 때문에 덜미를 잡혔다. 김씨는 지난달 초 지인을 통해 소개받은 이모(36)씨에게 폭발물 제조에 사용할 폭죽과 타이머 등의 구입을 요청했다. 이씨는 “평소 김씨가 사업자금 1억원을 빌려줄 것처럼 행동해 김씨의 부탁을 들어줬다”고 말했다.

타이머를 물색하던 이씨는 휴대전화로 지난 4일 경기도 파주시의 H사에 전화를 걸어 제품 사양 등을 문의한 뒤 직접 방문해 구입했다. 경찰은 범행 장소에서 수거한 폭발물 잔해를 분석해 타이머가 H사 제품인 것으로 확인하고 H사의 통화기록을 추적했다. 경찰은 이씨가 전화를 건 사실을 확인하고 지난 14일 0시30분쯤 이씨를 붙잡았다.

이씨로부터 김씨의 연락처를 확보한 경찰은 휴대전화 실시간 추적 기능을 이용해 같은 날 오후 5시25분쯤 경기도 양평군에서 김씨를 긴급 체포했다. 김씨로부터 범행 동기와 경위 등을 진술받은 경찰은 이어 같은 날 오후 9시10분쯤 폭발물 설치책 박모(51)씨를 서울 천호동으로 유인해 검거했다.

최승욱 기자 applesu@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