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탕만하면…” 대담해지는 反사회적 범죄

입력 2011-05-15 21:32

한탕주의를 노린 반사회적 범죄가 늘고 있다. 인터넷 등을 통해 범죄 형식과 방법이 광범위하게 유통되면서 범죄 형태도 치밀하고 지능적으로 진화하고 있다.

15일 한국형사정책연구원에 따르면 현실불만 범죄 건수는 2006년 8675건에서 2009년 1만6616건으로 91.5%나 늘어났다. 이 중 사제폭탄 등을 만들기 위해 유해화학물질을 소지한 경우가 56건에서 102건으로 증가했다.

현실불만 범죄는 범죄자들이 사회나 자신이 처한 현실에 대해 불만을 품고 불특정 다수를 향해 우발적으로 벌인 범죄를 뜻한다. 그러나 전문가들은 최근 들어 현실불만 범죄 중 사기나 횡령처럼 한탕을 노려 계획적으로 범죄를 저지르는 사례가 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반사회적 범죄 양태가 단순한 불만 표출에서 한탕주의 성격으로 바뀌고 있다는 뜻이다.

실제 계획범죄에 속하는 사기는 2006년 239건에서 2009년 586건으로 145% 늘었다. 배임이나 횡령, 여신전문금융업법 위반도 37건에서 82건으로 수치가 증가했다. 이번 사건처럼 고위험 투자처인 파생상품 시장을 노리거나 작전세력을 동원해 주가를 조작하는 대표적인 한탕범죄도 잦아지는 추세다.

전주대 법경찰행정학과 김연수 교수는 “최근 들어 현실에 불만을 느낀 세력들이 한번에 큰 이득을 취하기 위해 계획적으로 반사회적 성격의 범죄를 저지르는 일이 늘고 있다”고 말했다.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이수정 교수도 “현실불만 범죄는 주로 우발적으로 벌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지만 요즘에는 인터넷 등을 통해 범죄 형태가 공개돼 계획적으로 범행을 저지르는 일이 많다”고 말했다.

범죄 방식도 치밀해졌다. 경찰 관계자는 “인터넷과 컴퓨터에 능숙한 세대가 범죄 방법 등을 연구해 검거에 어려움을 겪는 것이 사실”이라면서 “범죄자들이 언론보도 등을 통해 기존 사례를 공부한 뒤 새로운 유형을 개발해 수법이 지능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주식이나 도박으로 재산을 일시에 탕진한 사람들의 경우 반사회적 한탕주의 범죄에 빠질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지적했다. 실제 현실불만 범죄 건수는 우리 경제가 위기상황을 겪었던 1998년(외환위기), 2003년(카드대란), 2008년(금융위기) 급격히 늘어나는 경향을 보였다. 김 교수는 “한탕을 노린 반사회적 범죄는 사회 양극화가 심화되면서 상대적 박탈감을 느끼는 세력들에 의해 주로 이뤄진다”며 “소외 계층을 위한 사회 안전망을 확충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웅빈 기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