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니앨범 ‘틸 돈’으로 돌아온 가수 이현우, 이별·사랑 공존하는 새벽의 감수성을 노래하다

입력 2011-05-15 18:04


가수 이현우(45)는 한때 ‘화려한 싱글’의 아이콘과도 같았다. 감미로운 목소리와 도회적인 이미지로 2000년대 초·중반 예능 프로그램은 물론이고 드라마에도 여러 번 출연해 인기를 누렸다. 하지만 2007년 4월 10집인 ‘하트 블러섬(Heart Blossom)’을 발표한 뒤부터 활동이 뜸해졌다. 13살 연하의 큐레이터와 결혼한 2009년 2월 이후로는 TV에도 좀처럼 나오지 않았다.

최근 미니 앨범을 발표하며 4년 만에 가요계에 복귀한 이현우를 서울 여의도에서 만났다. 지난 4년, 그는 무엇을 하며 지냈을까. 이현우는 “결혼을 하면서 생활 패턴이 많이 달라져 한동안 혼란스러웠다”며 “지난 4년은 결혼을 준비하고, 결혼 생활에 적응하고 집중했던 시기였다”고 말했다.

“싱글일 때는 즉흥적으로 뭔가 결정해서 실천에 옮기곤 했어요. 예컨대 새벽 3시에 바다를 보려고 속초에 갔던 적이 많았죠. 그런 생활을 오래하다 보니 누군가와 함께 사는 데 익숙해지기가 힘들었어요. 이제 적응이 다 됐습니다. 요즘 다시 활동을 시작하니 신인 때와 같은 마음이 들어요.”

이번 미니 앨범의 제목은 ‘틸 돈(Till Dawn)’이다. 두 곡이 실렸다. 기타와 피아노, 첼로가 조응하는 선율을 통해 이별의 아픔을 노래한 ‘페인(Pain)’이 끝나면 사랑의 기쁨을 담은 ‘홀릭(Holic)’이 뒤따른다. 앨범 제목 속 ‘새벽(Dawn)’처럼, 밤과 아침이 공존하고 끝과 시작, 고통과 기쁨이 이어지는 모습이 한 앨범에 담긴 것이다.

이현우는 “올해 초 무심코 기타를 잡았다가 멜로디가 떠올라 ‘페인’을 만들었고 하나 더 작곡하자는 생각에서 ‘홀릭’을 쓰게 됐다”며 “여유를 갖고 즐거운 마음으로 만든 노래들”이라고 소개했다.

그간 가수 활동이 워낙 뜸했던 탓일까. 자신을 본업인 가수가 아닌 연기자로만 아는 사람이 많다고 했다. 지난해 12월 오랜만에 한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했을 때 겪은 일화를 소개했다. 함께 나온 가수 아이유(18)가 ‘이현우의 노래를 아느냐’는 진행자 질문에 “잘 모르겠다. 드라마에서 많이 봤다”고 말했다. 그를 배우로만 알고 있었던 것.

그는 “결혼 생활에도 적응이 됐고 많은 사람들이 가수 이현우의 모습을 잘 모르는 것 같아서 ‘음악을 다시 본격적으로 해봐야 겠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했다.

하지만 그는 연기에 대한 욕심도 숨기지 않았다. “음악이 차지하는 비중이 7이면 연기는 2정도밖에 안 된다. 하지만 할 때마다 재밌고 욕심나는 분야가 연기”라며 “사극이나 코미디 장르도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이현우는 1991년 1집 ‘블랙 레인보우(Black Rainbow)’를 통해 데뷔했다. 하지만 그가 알려진 것은 이듬해 이 앨범에 실린 ‘꿈’이 히트하면서부터. 이후 ‘헤어진 다음날’ 등의 히트곡을 내놓은 그는 정통 음악 프로그램인 MBC ‘수요예술무대’ MC를 맡아 진행자로서의 역량도 뽐냈다.

요즘 MBC ‘나는 가수다(나가수)’를 통해 90년대 함께 활동한 김건모(43) 이소라(42) 윤도현(39) 등이 재조명 받고 있는데, 이런 분위기를 지켜보는 감회는 어떠할까.

그는 “반갑고 기분이 좋다”며 웃음을 지었다. “처음 ‘나가수’가 방송될 때는 프로그램에 호의적일 수 없더라고요. (가창력에 등수를 매기는 방식 때문에) ‘내 또래 가수들을 대중이 측은하게 바라보지 않을까’ 하는 걱정도 있었어요. 그런데 동료들이 무대에서 열창하는 모습을 보니 마음이 바뀌더라고요. 앞으로는 다른 음악 프로그램도 많이 생겼으면 좋겠습니다.”

박지훈 기자 lucidfal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