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픈 짐바브웨에 치유의 손길을… 사진작가 이진호씨 종합병원 건립 위한 자선 작품전
입력 2011-05-15 17:57
한국에서 아프리카 대륙 남부에 있는 짐바브웨에 대해 관심을 갖고 있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영국의 식민지로 1980년 정식 독립한 인구 1300여만의 나라. 1인당 국민소득 200달러 정도에 평균수명 43세로 지구상의 최빈국으로 분류되는 짐바브웨. 2008년 최악의 인플레이션을 겪으면서 동그라미 14개가 찍힌 100조 달러 지폐가 있다는 흥밋거리 뉴스 외에 짐바브웨는 우리의 관심을 끌지 못했다. 사진작가 이진호(55·사진 아래)씨에게도 짐바브웨는 생소한 곳이었다. 서울 종교교회를 출석하는 크리스천인 이씨는 2006년부터 뉴욕에서 여러 차례 초대사진전을 열고, 국내에서 스튜디오와 전시 기획업체를 운영하며 바쁘게 살고 있었다. 그와 상관없는 나라를 생각할 겨를은 없었다.
그런 그가 ㈔아프리카미래재단의 의료선교단과 함께 올해 1월과 3월 두 차례 짐바브웨를 찾았다. 아프리카미래재단은 경기도 안양 샘병원의 후원을 받아 지난해부터 짐바브웨 선교에 주력하고 있다. 재단은 현지에 전문 의료인을 양성하는 수련병원을 건립할 계획을 세웠다. 이를 위해 한국의 많은 사람들에게 짐바브웨의 현실을 보여주길 원했다. 이씨는 그 뜻에 공감하고 사진으로 사역에 동참했다.
현지 최고의 의료기관에서조차 물이 제대로 나오지 않고, 방사선 촬영기계가 멈춰져 있는 현실. 이씨는 가난한 땅, 짐바브웨를 향한 하나님의 시선을 느꼈다. 그 땅을 향한 하나님의 시선을 발견한 순간, 그는 자신을 모두 내려놓았다. 대신 하나님의 시선으로 그곳을 담아냈다. 자신과 사진은 통로일 뿐이었다. 하나님의 시선을 전달하는.
1월 첫 촬영 때, 이씨는 짐바브웨의 수도 하라레에서 3시간가량 떨어진 허름한 예배당을 찾았다. 간이 진료소는 새벽부터 환자로 가득 찼다. 예상보다 일찍 약이 떨어지는 난감한 상황도 펼쳐졌다. 하지만 길게 줄을 선 그곳 사람들의 얼굴에 절망과 고통의 흔적은 없었다.
“아프리카 하면 헐벗고 우울한 모습만 떠올리게 되지만 현지에서 만난 사람들의 모습은 의외로 밝고 맑았습니다. 의료팀이 진료를 하는 동안 아이들과 어울리며 서로 위로하고 안아주는 모습은 참으로 아름다운 광경이었죠.”
준비 과정은 녹록지 않았다. 한국에서 짐바브웨까지 직항은 없다. 이씨는 홍콩 등을 경유해 22시간 걸려 그곳에 갔다. 18㎏에 달하는 촬영 장비도 혼자 챙겨야 했다. 현지 상황도 열악했다. 가로등이 없는 어두컴컴한 도로를 시간에 쫓겨 달리다 차가 뒤집힐 뻔한 아찔한 순간도 여러 차례 겪었다. 차를 몰고 수시간씩 이동해야 해 제대로 먹지도, 자지도 못했다. 판잣집 학교에서 촬영을 하다 정치적 오해를 받아 필름을 뺏기고 강제 출국당할 위기도 있었다. 이씨는 그럴 때마다 기도했다.
“하나님, 당신이 주관하시는 사역입니다. 당신이 어디에서든 눈동자처럼 우리를 지켜주실 것을 믿습니다.”
지금 짐바브웨는 의료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아프리카미래재단의 최근 자료에 따르면 짐바브웨의 5세 이하 사망률은 8.5%, 15세 이상의 에이즈 감염률은 19.2%다. 인구 1만명당 의사는 2명에 불과하다. 제대로 된 수련병원이 없어 젊은 의대생들은 남아프리카공화국 등 인근 나라로 빠져 나가고 있다.
“많은 한국인들이 짐바브웨의 간절한 부르짖음을 듣고 그들을 섬기는 데 동참했으면 좋겠습니다. 그들은 우리를 향해 간절히 외치고 있습니다. ‘건너와서 우리를 도우라’고요.”
18일부터 31일까지 서울 신천동 한국광고문화회관에서는 짐바브웨에서의 의료 봉사와 그곳 사람들의 생활, 그리고 대자연의 모습을 담은 전시회 ‘짐바브웨, 미래를 선물하다’는 사진전이 열린다. 23일 같은 장소에서 열리는 후원의 밤 행사에는 세계적인 바이올리니스트 박지혜씨가 출연한다.
신은정 기자 sej@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