콩 한알에서 인세·재능까지… 소셜 셰어링, 문화로 자리잡다
입력 2011-05-15 17:27
요리사를 꿈꾸는 이승미(19)양의 일촌은 2500명이다. 지난해 급성 간부전으로 쓰러진 아버지에게 간 70%를 이식한 후 요리사의 꿈을 잠시 늦춰왔던 이양은 싸이월드 ‘드림 캠페인’을 통해 2500명의 든든한 후원자를 얻었다.
일촌들의 후원 방법은 오로지 클릭과 댓글을 통한 ‘공감’과 ‘팬 맺기’. 싸이월드 측의 도움으로 빵집 개업을 준비하던 이양에게 일촌들은 가게 인테리어는 물론 메뉴의 이름까지 직접 결정해주는 열의를 보였다. 이런 네티즌들의 도움으로 이양은 드디어 지난 3일 인천 부평동에 문을 연 사이좋은 일촌가게 1호, ‘빵빵카페’의 주인장이 될 수 있었다.
네이버·다음·싸이월드 등 통한 온라인 기부 갈수록 확산
SK컴즈 관계자는 “돈이 아닌 일촌들의 ‘관심’과 ‘수고로움’이 승미양의 꿈을 실현시켰다”며 “네티즌들이 자발적으로 ‘소셜 셰어링(social sharing)’ 문화를 만들어가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싸이월드·네이버·다음 등 주요 3대 포털사이트를 중심으로 온라인 기부를 통한 ‘소셜 셰어링(social sharing)’ 움직임이 확산되고 있다. 싸이월드의 ‘드림 캠페인’ 외에도 네이버의 ‘해피빈’, 다음의 ‘희망해’ 등 네티즌들의 자발적인 기부 캠페인이 활성화되면서 기부문화가 진화하고 있다는 평도 나온다.
네이버의 ‘해피빈’은 2005년 ‘아름다운재단’과 공동으로 시작한 세계 최초의 기부 포털 서비스로 온라인 기부의 원조격이라 할 수 있다. 2009년에는 ‘재단법인 해피빈’을 설립하며 독립했다.
네티즌들의 기부수단은 ‘해피빈 콩’. 한 알에 100원씩 하는 해피빈 콩으로 2011년 5월 현재까지 기부에 참여한 네티즌은 약 600만명, 기부금액은 총 257억여 원에 이른다.
최근에는 해피빈을 통한 유명인의 ‘재능기부’도 이뤄지고 있다. 지난해 5월 노희경 작가가 소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을 블로그에 연재하며, 블로그 인세를 기부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것이 계기가 됐다. 호응은 뜨거웠다. 노 작가가 해피빈 콩 저금통 배너를 블로그에 달자, 2달여 만에 약 4백만원 이상의 금액이 모였다. 이후 유명인이 네이버 블로그를 통해 자신의 지식 콘텐츠를 공유하고, 이용자들은 그에 대한 보답으로 콩 저금통에 기부를 하는 형식의 재능기부가 크게 활성화됐다.
다음(Daum)은 2007년부터 주제 선정에서 실제 모금까지 전 과정을 네티즌의 자발적인 참여로 만들어가는 사회공헌 모금 서비스인 ‘희망해’를 운영 중이다. 모금 참여를 원하는 네티즌은 다음 캐시·지식 마일리지·휴대폰·신용카드 등을 통한 ‘직접 기부’는 물론 댓글 달기·위젯 퍼가기·스킨 적용하기 등을 통해 ‘간접 기부’를 할 수 있다. 다음은 네티즌의 이러한 활동에 따라 100∼1000원까지 후원금을 대신 기부한다.
최근에는 모금 게시글을 소셜네트워크서비스인 ‘요즘’이나 트위터에 소문내면 100원, 카페, 블로그에 스크랩하면 100원, 위젯을 달면 다음이 대신 1,000원을 기부하는 등 네티즌들이 클릭만으로 손쉽게 참여할 수 있는 다양한 기부방법을 추가해 참여도를 높였다. 또 ‘희망후’를 통해 모금 집행 내역, 모금 후 수혜자와의 인터뷰 등을 투명하게 공개함으로써 모금의 신뢰도도 확보하고 있다.
지난 2008년 7월 두 달간 진행된 ‘독도 광고비 모금 캠페인’은 11만 명 이상의 네티즌 참여로 단일 희망모금 금액 중 최고인 약 2억1000만원이 모였다. 이렇게 조성된 기금은 한국홍보전문가 서경덕씨에게 전달돼 독도광고비로 지원됐고, 2008년 8월25일자 ‘워싱턴 포스트’지에 실린 독도 전면광고는 아직도 유명하다. 이밖에 진도 7.0의 강진으로 수십만 명의 사상자가 발생한 아이티를 돕기 희망모금은 1억원이 넘는 금액이 모였고, 최근 일본 지진참사 긴급구호기금 마련을 위한 희망모금에는 약 9000만원 상당의 금액이 걷히기도 했다.
이러한 포털을 통한 온라인 기부는 기부를 하고 싶어도 마땅한 기부처를 찾지 못하거나, 큰 금액이 아니어서 망설였던 이용자들에게 적은 금액도 손쉽게 ‘클릭’으로도 기부할 수 있게 한다는 점에서 네티즌들의 뜨거운 호응을 받고 있다. 대학생 김대준(26)씨는 현재 네이버 해피빈에서 진행 중인 동물보호단체 지원 캠페인 ‘해피에너지’를 통해 기부에 참여했다. 김씨는 “소액기부를 가능하게 하는 온라인 기부 서비스는 심리적 장벽을 줄여주는 효과가 있다”며 “최근에는 일반인들도 기부를 기획할 수 있어 기부문화 활성에 이바지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서울대 사회학과 김홍중 교수는 “네티즌들이 인터넷 공간에서 다양한 사이버 자원들을 활용해서 기부하는 트렌드가 유행인 것은 긍정적”이라며 “이러한 소셜 셰어링 기부문화가 오프라인으로 확산된다면 더욱 바람직할 것”이라고 평가했다.
김수현 기자 siempr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