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며 사랑하며-김세원] 값지고 아름다운
입력 2011-05-15 17:48
얼마 전에 안타까운 군대 소식이 또 전해졌다. 육군 훈련병이 야간 행군 뒤 쓰러졌는데 군의 미흡한 초기 진료로 인하여 숨졌다며 군 시설 내의 의료체계에 대한 비판이 일고 있다.
출생에서부터 성년이 될 때까지 물심양면으로 부모가 자식에게 들인 공은 무엇과도 비할 수 없을 것이다. 세상에서 자신을 가장 많이 닮은 자식을 건강하게 잘 길러 국가의 신체검사에서 건강한 신체임을 확인 받고 군대에 보냈는데 느닷없이 아들의 부고를 들은 부모의 심정이 어떠했을까. 이제 남은 세월을 물기조차 말라 바삭한 가슴으로 살아갈 수밖에 없을 부모의 생명도 말라가는 것은 아닐는지….
그 아들이 편지 네 통을 쓸 때 엄마는 한 통밖에 못 썼다며 회한의 눈물을 흘린다. 입대 후 철이 든 아들이 작은 불효조차 후회하며 제대 후 효도하겠다는 다짐의 편지를 썼을지도 모르겠다. 목을 빼고 기다렸을 엄마의 편지는 열어보지도 못한 채 눈을 감았단다. 아무도 함께해 줄 수 없는 죽음의 고통 가운데 그리운 부모의 얼굴을 기다리며 얼마나 두렵고 외로웠을까.
하나님께서 인간의 몸과 마음을 아주 신비롭게 창조하시며 그들만의 언어를 주신 것 같다. 그들은 수시로 말을 한다. ‘피곤하다, 쉬고 싶다, 아프다….’ 그들이 외치는 소리를 계속 외면하고 방치하면 큰 병을 키우게 되는데, 대부분 작은 소리에는 관심을 기울이지 않다가 비명을 질러대야 화들짝 놀라 몸과 마음을 들여다보게 된다. 잘못된 일이 대부분 그러하듯 이번 사고도 적절한 치료시기를 놓친 것이 화근이 된 것 같다.
모두의 죽음이 안타깝지만 특히 젊은 날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는 소식도 간간히 들으면 너무 아쉽다. 앞길이 구만리 같은 그들은 왜 어둡고 음습한 행렬에 발을 들여놓아야만 했을까? 아직은 성숙해 가는 과정에 있는 인생임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초라함을 받아들이기 힘들었을 수도 있겠고, 엉성해 보이는 삶이 실패로 여겨졌을 수도 있었겠지만 언제나 다시 도전할 수 있는 특권이 있으며, 실수조차 용서 받고 실패도 두렵지 않은 시기가 아닌가.
얼마 전 한 유명 배우가 화려해 보이는 연예계 생활을 잠시 접고 젊음의 특권인 모험과 도전을 통해 더 단단한 자신을 만들겠다며 해병대에 입대했을 때 많은 사람이 그에게 찬사를 보냈다. 칼럼니스트 레슬리 가너도 그의 저서 ‘서른이 되기 전에 알아야 할 것들’에서 이렇게 외쳤다. “…당신이 남은 인생을 전환할 수 있는지는 얼마나 더 잘 실패하고 그것을 받아들이며, 성장할 수 있는 기회로 삼느냐에 달려있다. 그러니 더 많이 실패하고 더 잘 실패하자.”
사는 동안 순조로운 항해만을 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성공보다는 실패를 통하여 삶의 진리를 깨닫고 참 행복의 의미를 발견할 수 있을지도 모른다. 젊음은 자체로 값지고 아름다운 것이다. 이제 어느 곳에서든,어떤 이유에서든 청년들의 잘못된 죽음에 관한 소식이 더 이상 들리지 않기를 소망한다.
김세원 방송작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