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정치논리 배제한 과학벨트 결정
입력 2011-05-15 17:48
대전시 대덕연구개발특구가 국제과학비즈니스벨트 거점지구로 확정된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오늘 과학벨트 입지를 발표할 예정이나 지난 주말 여권 핵심 관계자가 정부 방침을 밝혔다는 것이다. 과학벨트의 핵심인 중이온가속기와 기초과학연구원 본원이 들어설 거점지구 유치를 놓고 대덕특구와 대구·경북, 광주 등 세 곳이 유력하게 경합해 왔다. 오늘 공식 발표가 나오면 탈락 지역들이 격렬하게 반발할 것은 뻔하다.
과학벨트의 최적지로 대덕특구가 꼽히는 것은 무엇보다 정부와 기업의 각종 과학연구소와 과학자들이 밀집해 있어 시너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고, 과학자들의 주거 여건과 교통 등 접근성이 좋기 때문이다. 과학자들도 이런 이유로 대덕특구를 선호하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이 2007년 대선 당시 과학벨트의 충청권 유치를 공약으로 제시했으나 일부 정치인들은 내년 총선을 의식해 유치 경쟁에 불을 질렀다. 효율과 합리성을 따져야 할 과학 분야마저도 정치적 계산으로 오염시킨 것이다. 정치 논리에 밀려 처음 계획을 백지화하고 넉 달 동안 국론 분열과 지역 갈등을 빚게 한 정부의 책임도 작지 않다.
과학벨트 거점지구는 주로 과학자들로 구성된 과학벨트위원회에서 정치적 고려를 배제하고 내린 결정인 만큼 탈락 지역들도 수용하는 것이 옳다. 기초과학연구원의 50개 연구단 가운데 25개는 대덕특구에, 나머지 25개는 탈락한 후보지들에 분산 배치된다. 약 3조5000억원으로 추정되는 과학벨트 조성 예산 중 7000억원가량이 탈락 지역에 배정되는 것이다. 아쉬운 대로나마 과학연구의 불씨를 키워 파생 효과를 극대화하는 게 바람직하다.
탈락 지역의 민심 수습을 위해 김황식 국무총리가 오늘 담화문을 발표해 양해를 구할 예정이라고 한다. 그러나 과학벨트는 지역 사업이 아니라 국가 백년대계 차원에서 이뤄지는 국책 사업이다. 더욱이 이번 결정은 동남권 신공항 백지 때와 달리 약속을 파기한 게 아니라 입지 선정의 문제다. 그런 만큼 탈락 지역들이 정부 결정에 반발할 명분은 크지 않다. 지역 정치인들도 촛불시위나 삭발, 단식 같은 구태의연한 방법으로 지역 갈등을 부추기는 행동을 자제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