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마당-김남중] 포퓰리즘
입력 2011-05-15 17:53
첫 아이를 낳아 겨우 100일이 돼 간다. 그래서 그런지 요즘에는 ‘내년부터 배우자 출산휴가가 최장 5일까지 늘어난다’ 같은 뉴스가 귀에 들어온다. 3일 휴가는 너무 짧다는 생각을 했었기 때문이다. 병원에서 들으니 남편이 쉬는 날짜를 하루 이틀 더 늘리기 위해 주말을 앞둔 목요일이나 금요일 출산이 몰린다고 한다.
아이를 낳아 보니 애 하나 기르는 일이 결코 간단치 않다는 것을 실감하게 된다. 육아정보부터 아이 돌보기까지 가족들 도움이 없다면 아이를 키우는 것이 불가능한 게 아닐까 생각될 정도다. 경제적 부담도 생각보다 크다. 그래선지 얼마 전 정부가 ‘만 5세아 무상교육’을 내년부터 시작한다고 발표했을 때 박수를 치고 말았다.
사람들은 지난번 지방선거에서 무상급식에 표를 던졌고, 이번 분당을 재선거에서 집값 문제를 심판했다. 특히 이념이나 지역 문제에 심드렁했던 중산층과 여성, 젊은층이 생활 이슈나 복지 공약에 민감하게 반응하고 있음이 확인됐다. 그동안 고도성장이 복지 문제의 쟁점화를 막아온 측면이 있고, 고도성장기가 끝난 지금부터 복지 이슈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내년 총선과 대선을 앞둔 정치권이 복지 문제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지 고민에 빠진 것은 당연하다. 무엇보다 성장론에 기대온 보수정당 한나라당의 고민이 깊을 수밖에 없다. 신임 황우여 원내대표가 취임일성으로 10조원의 서민복지 예산을 마련해 학생 등록금과 육아비, 소시민 주택 문제 지원 등에 쓰겠다고 하자 한나라당 내에서 가치논쟁이 본격화되고 있다고 한다.
복지논쟁에서 반대의 논리로 가장 자주 동원되는 게 포퓰리즘이다. 그런데 재정 파탄, 공짜의식 확산 등 포퓰리즘의 폐해를 얘기할 만큼 우리나라가 포퓰리즘을 해본 적이 있기나 한지 모르겠다. 우리나라의 복지 수준은 선진국 가운데 최하위권으로 분류되는 실정이기 때문이다.
포퓰리즘이 인기를 노린 선심성 정책을 비판하는 것이라면, 대규모 개발정책이야말로 포퓰리즘이라고 불러야 옳을 것이다. 그러나 유독 등록금이나 급식, 보육, 주택 등과 같은 복지 이슈에 대해 포퓰리즘 비판이 집중되고 여기에 흔히 ‘좌파적’이라는 딱지가 붙는 것은 수상하다.
결국 포퓰리즘 비판은 복지 이슈에 대응하려는 논리로 남발되고 있다는 혐의를 받을 수밖에 없다. 모처럼 시작된 복지논쟁을 색깔론으로 끌고 가려는 의도가 아닌지 의심도 든다.
김남중 차장 nj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