볼리비아 소년 엄마 찾아 1000km, 하지만 도착지는…

입력 2011-05-14 01:39

열 살짜리 볼리비아 소년이 엄마를 찾으러 몰래 화물트럭에 탔다가 1000㎞나 떨어진 옆 나라에 도착했다고 12일(현지시간) 영국 가디언 등 외신이 보도했다.

볼리비아 중서부 안데스 산맥에 위치한 오루로에 사는 프랭클린 와나코는 지난 주말 한 대형 화물트럭에 올라탔다. 그가 몸을 웅크린 곳은 좌석이 아니라 트럭 하부에 붙어 있는 작은 철제 컨테이너였다. 마약 밀매 혐의로 수감된 엄마를 찾아가고 싶었던 와나코는 트럭이 엄마가 있다고 들은 북동부 도시 코차밤바로 간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와나코가 도착한 곳은 코차밤바와 정반대 방향에 있는 태평양 연안 칠레 도시 이키케였다. 집에서 무려 1000㎞나 떨어진 곳이었다. 와나코가 겨우 몸만 들어가는 컨테이너 안에서 씻지도, 먹지도 못하고 이틀을 보낸 뒤였다.

이키케에서 와나코는 다행히 마음씨 좋은 칠레 여성 마르가리타 발렌시아를 만났다. 그녀는 거리를 떠돌던 와나코를 집으로 데려가 먹을것을 주고 보살폈다.

이야기를 전해들은 칠레 국영 TV가 와나코의 사연을 방영했다. 와나코는 네 살 많은 형이 자꾸 때려 집을 나왔다고 털어놨다. 와나코의 엄마 제노비아가 방송을 봤다. 그녀는 이미 한 달 전 석방된 상태였다. 제노비아는 TV에 출연, “감옥에 가기 전까지 아이와 떨어진 적이 없다. 빨리 만나고 싶다”고 했다.

제노비아는 감옥에서 나온 지 얼마 되지 않아 출국이 어려운 형편이었다. 하지만 볼리비아 외무부는 제노비아를 칠레 이키케로 보내 현지 영사로 하여금 모자 상봉을 주선하겠다고 밝혔다. 와나코의 부모는 이혼했고 와나코는 아버지와 다른 형제와 살고 있었다.

권기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