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중수 “한은 단독조사권 필요”

입력 2011-05-13 18:38

김중수 한국은행 총재는 13일 “중앙은행이 남이 주는 정보로 상황을 처리하는 나라가 어디 있느냐”며 한은이 금융회사에 대한 단독 조사 기능을 가질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김 총재는 또 “글로벌 중앙은행 역할을 모르고 얘기하는 것은 부적절하다”고 강조, 최근 “아무 곳에 감독권을 줄 수 없다”며 한은 폄하발언을 한 김석동 금융위원장을 에둘러 비판했다. 금융당국의 수장들이 한은 조사권에 대해 첨예한 입장차를 보이면서 금융감독체계 개편과 관련한 한은과 금융위의 갈등이 격화되고 있다.

김 총재는 이날 5월 기준금리를 결정한 뒤 가진 기자회견에서 “금융위기 이후 세계 중앙은행 중 은행에 대한 감독권한이 없는 나라는 우리나라와 일본, 캐나다뿐”이라며 “일본은 그래도 조사권을 갖고 있기나 하지만 우리는 그런 것도 없다”고 지적했다.

김 총재는 단독 조사권 부여 논란에 대해 “특정 금융회사나 은행에 긴급 유동성 공급이 필요하거나 사정상 공동검사가 되지 않을 때 중앙은행이 책임질 사항이면 그때 하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총재는 이어 “금융위기를 극복하는 데 조직이 아무런 정보 없이 어떻게 할 수 있느냐”며 “이런 문제 제기를 중앙은행이 마치 모든 감독권을 갖는 것으로 (왜곡해) 말하는 것은 무리”라고 금융당국의 한은 비토에 반박했다. 김석동 위원장은 최근 저축은행 부실사태로 야기된 금융감독원의 감독권 분산 지적에 대해 “아무 곳에나 감독권을 줘서는 안 된다”고 언급, 한은에 대한 거부감을 노골적으로 드러낸 바 있다.

김 총재는 또 “글로벌 추세에 맞는 감독기구와 중앙은행 역할은 누가 보더라도 필요한데 이런 추세에 대해 벗어난 것을 이야기하는 것은 적절하지 못하다고 본다”고 말했다. 사실상 김 위원장의 발언에 유감을 표시한 것으로 풀이된다.

법사위에 계류 중인 한은법 개정안에 대한 아쉬움도 내비쳤다. 김 총재는 “법사위에 계류된 한은법 개정안이 충분하다고 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그나마 중앙은행의 새로운 역할, 국가 경제에 대한 책무를 수행하는 데에는 도움이 된다고 판단해 좋은 결과가 나오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고세욱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