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실험실에서도 사제 폭탄 제조…‘초등생 폭탄 제조 동영상’도 버젓
입력 2011-05-13 19:12
해외에 서버를 둔 블로그나 게시판을 통해 사제폭탄 제조법과 원료 구하는 방법을 쉽게 접할 수 있어 대책이 시급하다. 초등학생도 폭탄 만들기를 따라 할 수 있는 동영상까지 제작·유포되고 있다.
그러나 경찰은 해외 서버는 단속 권한이 없다며 손을 놓고 있다. 사제폭탄 만드는 방법은 급속히 확산되는데 이를 막을 수단은 없는 것이다.
구글, 야후 등 해외 포털사이트에 폭탄 제조법과 관련한 간단한 검색어를 입력하면 볼펜폭탄, 스모그폭탄, 염소산칼륨폭탄, 니트로글리세린폭탄 등 수십 가지 폭탄 제조법이 검색된다. 지난 12일 서울역과 서울고속버스터미널 물품보관함을 터뜨린 부탄가스 폭탄 제조법도 3가지나 나온다.
최근 경찰이 국내 사제폭탄 제조법을 올린 인터넷 카페 등을 단속하자 네티즌들이 해외 서버를 둔 사이트 등으로 우회한 것이다. 폭탄 제작의 기초가 되는 퓨즈 만드는 법부터 질산칼륨, 염소산칼륨, 질산암모늄, 황산 등 폭탄 제조에 필요한 재료를 추출하는 방법까지 인터넷을 떠돈다.
유튜브 등 해외 동영상 사이트에는 주변에서 손쉽게 구할 수 있는 물품으로 사제폭탄을 만드는 영상이 유포되고 있다. 초등학생으로 보이는 남자 아이가 풍선과 라이터 가스를 이용해 폭탄을 제조하는 동영상도 있다.
경찰청 사이버테러대응센터 관계자는 13일 “국내 사이트는 운영자 인적사항을 파악해 유해물 게시자로 검거할 수 있지만 해외 사이트는 해당 국가의 경찰에 조치를 부탁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사제폭탄 제조에 쓰이는 화학물질 관리도 허술하다. 환경부는 폭탄 원료인 질산암모늄, 염소산칼륨, 과산화수소 등 69종을 ‘사고 대비 물질’로 지정했다. 그러나 이 같은 화학물질은 실험시약 제조업체를 통해 인터넷에서 저렴한 가격으로 쉽게 구할 수 있다.
환경부 관계자는 “일정량 이상 사고 대비 물질을 판매할 경우 사업자가 구매자의 인적사항을 기록하도록 하는 등 자체 사고방지 계획을 세우도록 하고 있다”고 말했다.
초·중학교 발명교실에서도 폭탄 만드는 법을 가르치고 있어 논란이 되고 있다. 지난 1월 한 대학에서 열린 초·중학생 대상 ‘과학 체험교실’에서는 달걀 수소폭탄 만들기 실험이 이뤄졌다.
지난해 지방의 교육청 산하 영재교육원에서도 초등학생을 대상으로 ‘물의 전기분해를 이용한 거품폭탄 만들기’ 실험을 6시간 진행했다. 서울사이버대 법무행정학과 이선엽 교수는 “폭탄 제조 수업이 아이들의 호기심을 자극해 모방범죄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전웅빈 정부경 기자 imung@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