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보수의 가치’ 논쟁… 친이, 감세철회·복지문제 등 겨냥

입력 2011-05-13 18:26

한나라당에서 ‘보수의 가치’를 두고 논쟁이 벌어지고 있다. 친이재오계 등 구주류 일부 의원들이 쇄신파 모임인 ‘새로운 한나라’에 맞서 별도의 ‘가치 동맹’ 결성을 추진하고 나서 당 정체성 논란이 본격화하고 있다.

당장 감세 철회와 복지 문제 등 이슈를 통해 한나라당과 보수의 가치가 무엇인지를 둘러싼 논리 대결이 불붙었다. 친이계 장제원 의원은 13일 “(새로 들어선) 당 정책위원회가 10조원의 서민복지예산을 마련해 생애주기별로 국가가 다 지원해 주겠다고 하는데, 자칫 ‘민주당 2중대’로 비칠 수 있다”며 “포퓰리즘은 국가에는 독배”라고 비판했다. 장 의원은 “앞으로 복지와 서민·중산층을 위한 체계적인 대안을 제시하고 초·재선 의원들 중 이런 가치를 공유할 수 있는 사람들을 모아 정책적인 가치 연대를 만들겠다”고 덧붙였다.

또 다른 친이계 핵심 의원도 “‘새로운 한나라’ 의원들은 기존 한나라당 입장에서 보면 다소 왼쪽 성향에 가깝다고 할 수 있다”며 “우리는 당의 정체성을 지키면서 가운데로 외연을 확대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해 가치 논쟁을 벌이겠다”고 했다.

여기에 김문수 경기지사와 오세훈 서울시장도 신주류의 정체성에 문제를 제기하며 논쟁에 가세하는 분위기다. 김 지사는 본보와의 통화에서 “국가 정통성에 대한 긍정적인 인식이야말로 한나라당의 기본 가치가 돼야 한다”며 “막연하게 당을 비판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그는 “대한민국 역사가 어떤 역사였나, 한나라당은 그 속에서 뭘 잘했고 뭘 잘못했나, 한나라당이 민주당·민주노동당과 다른 것은 무엇이냐에 대해 치열하게 논쟁을 벌여야 한다”고 밝혔다.

오 시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소장파가 야당이 주장하는 ‘보편적 복지’를 수용하려 한다며 우려를 표명했었다. 측근은 “오 시장은 경제성장을 하면서 그 과정에서 나오는 격차를 해소하는 것이 진정한 보수의 가치라고 생각한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소장파의 생각은 다르다. 남경필 의원은 “민주당이 주장한 것이라도 국민의 주장과 동일할 때는 받아들여야 한다”며 “우리에게 보수적인 가치가 있으니 국민에게 따라오라고 할 것이 아니라 국민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를 듣고 해결하려는 자세를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성식 의원도 “우리 사회의 양극화가 너무 심해 국민통합적인 정책이 필요하다”며 “낮은 수준의 사회민주주의적인 정책 처방에 대해서도 당이 개방적으로 논의할 수 있어야 한다”고 말했다.

김나래 기자 narae@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