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진표 원내대표 선출… ‘수도권 지도부論’ 통했다
입력 2011-05-14 00:30
김진표 의원이 13일 18대 국회의 마지막 민주당 새 원내대표로 선출됐다. 그가 주창한 ‘수도권 원내대표론’이 동료 의원들의 마음을 움직였기 때문이다. 수도권 출신 지도부를 구성해야 내년 총선에서 중부권 탈환 및 영남 확장을 이룰 수 있고, 나아가 대선에서도 승리할 수 있다는 논리가 표심을 관통한 것이다. 김 원내대표는 결선투표에서 36표를 획득, 호남 출신 강봉균 의원(35표)과 유선호 의원(11표)을 눌렀다. 그는 “무슨 일이 있어도 내년 총선에서 승리해야 하며, 그러기 위해서는 수도권의 한나라당 의석 82석 중 적어도 50석 이상을 찾아오도록 노력하겠다”고 기염을 토했다.
한 표가 가른 진땀승부=1차 투표 결과가 나온 오전 11시30분, 경선이 치러진 국회 본청 246호실 곳곳에서 탄성이 흘러나왔다. 김 의원이 31표로 1위를 했고, 강 의원과 유 의원은 각각 26표를 얻었다. 2위가 두 명이 나올 거라고는 누구도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30분간 혼란과 긴장감이 교차했고, 뒤늦게 찾은 관련 당규에 따라 2명을 대상으로 하는 결선 투표 대신 세 후보 모두를 놓고 최다득표자를 가리는 투표를 실시하기로 했다. 2차 투표에 앞서 의원들은 휴대전화 문자를 주고받거나 회의장 밖 복도에 서서 은밀히 이야기를 나눴다. 일부는 동료 의원을 따라다니며 자신이 지지하는 후보를 찍어 달라고 읍소하는 모습이 포착되기도 했다.
최종 결과를 놓고 당내에서는 다양한 해석이 나왔다. 특히 쇄신연대 등 반(反)정세균 세력으로 분류되는 비주류그룹이 1차 투표에서 강 의원과 유 의원으로 나뉘었다가 결선 투표에서 강 의원에게 표를 몰아줬으나 승리를 이끌어내진 못했다는 게 대체적인 관측이다. 김 의원은 정세균 전 대표를 중심으로 한 옛 당권파와 수도권 그룹의 지지를 받아 당선된 것으로 분석된다. 호남권 재선 의원은 “호남표는 뭉쳐지지 않았다”며 “유 의원에게 갔던 표 가운데 쇄신연대 표는 강 의원에게, 수도권 원내대표를 원한 표는 김 의원에게 간 것”이라고 전했다. 캐스팅보트로 분류됐던 박지원 전 원내대표 측이 1차에서는 유 의원, 결선에서는 김 원내대표를 도왔다는 해석도 나왔다.
이번 경선을 통해 친노·486그룹이 주축을 이룬 정세균계는 지난해 10월 3일 전당대회 패배를 딛고 당내 세력의 한 축으로서 건재를 과시했다는 평가다. 옛 당권파 인사는 “정세균계 표는 처음부터 결속력이 확실했다”고 말했다.
한·미 FTA 강경대응 예고=김 원내대표의 리더십은 ‘5·6 개각’에서 기용된 장관 내정자의 인사청문회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비준동의안 처리 등으로 시험대에 오를 전망이다. 야권 통합을 위해 강한 야성(野性)을 발휘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다.
그는 당선 기자회견에서 한·미 FTA와 관련, “참여정부 때 맞춰 놓은 이익의 균형이 재협상을 거치면서 무너졌다”며 “정부가 야당의 ‘재재협상’ 요구에 응해야 한다. 잘못된 협상을 바로잡는 노력을 거친 뒤 비준동의안을 논의하는 게 올바른 순서”라고 주장했다.
엄기영 기자 eo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