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색 신호등’ 찬 50%·반 49%
입력 2011-05-14 00:34
‘3색 화살표 신호등’ 공청회 여론조사에서 찬성과 반대가 50%대 49%로 백중세를 나타냈다. 어느 한쪽의 손을 들어주기 어려운 결과다. 계속 추진이냐 철회냐를 놓고 고민에 빠진 경찰은 조만간 최종 결론을 내리기로 했다.
경찰청은 13일 서울 미근동 청사에서 공청회를 열고 표본집단으로 뽑힌 시민 방청객 96명을 대상으로 찬반 패널의 토론 전후 여론조사를 실시했다. 토론 전 3색 신호등 도입에 관한 의견을 물었을 때는 찬성 27.1%(26명), 반대 69.8%(67명), 무응답 3.1%(3명)였다. 그러나 토론 직후 조사에선 찬성 50%(48명). 반대 49%(47명), 무응답 1%(1명)로 나타났다. 반대 또는 무응답이던 22명이 토론을 지켜본 뒤 찬성 의견으로 돌아선 것이다.
반대가 압도적으로 많지 않아 경찰이 시범 운영기간(오는 19일까지) 내 3색 신호등을 철회할 가능성은 낮다. 하지만 조현오 경찰청장이 지난 9일 “여론조사에서 찬성 51%, 반대 49%가 나온다고 추진할 일이 아니다. 이런 문제는 국민의 3분의 2 이상 압도적 지지를 받아야 한다”고 말해 전면 도입이 어려울 수 있다. 조사 결과에 따라 3색 신호등을 본격 운영할 경우 말 바꾸기 논란에 휩싸일 수 있기 때문이다.
조 청장은 14일 참모회의를 열고 대책을 논의키로 했다. 조 청장은 공청회 직후 “16일 자체 여론조사 결과도 반영해 19일 이전에 결론을 내리겠다”고 말했다.
찬반 패널들이 벌인 토론의 쟁점은 3색 신호등에서 ‘좌회전 정지’를 뜻하는 빨간색 화살표가 운전자에게 혼란을 주는지, 신호등 교체가 예산을 낭비하는 것인지로 압축됐다.
이성일 성균관대 시스템경영공학과 교수는 “평균적인 운전자는 신호체계가 바뀌어도 큰 문제가 없지만 신호·법규 인식 수준이 취약한 사람은 다르다”며 “이들의 신호 인식은 새로운 3색등 체계에서 더 어려워질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정강 녹색교통정책연구소장은 “운전면허를 딸 실력이면 다 이해할 것”이라며 “왜 국민을 바보 취급하는지 모르겠다”고 반박했다.
예산 낭비 논란에 대해 황창선 경찰청 교통기획계장은 “내구연한이 다 된 신호등부터 차근차근 바꾸므로 예산을 낭비할 일이 없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 교수는 “렌즈뿐 아니라 운영 소프트웨어와 전자장치를 다 바꿔야 하기 때문에 낭비되는 측면이 있다”고 맞섰다.
천지우 기자 mogul@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