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의회, 비리동료 의혹 끝까지 밝혀… 제 식구 감싸는 한국 국회와는 딴판

입력 2011-05-13 18:24

한국 국회와는 너무 다른 풍경이었다.

미국 상원 윤리위는 12일(현지시간) 전(前) 동료 연방상원의원에 대해 ‘불법 행위가 명백하다’는 이유로 사법 당국의 수사를 강력히 촉구했다. 상원 윤리위는 공화당 소속 네바다주 출신 존 엔자인(53) 전 의원의 ‘연방선거법 및 의회 윤리규정 위반’ 의혹에 대한 조사결과, “명백한 법 위반 증거들이 있으며, 법무부가 수사해야 할 사안”이라고 밝혔다.

그는 상원의원이었던 2007년쯤 재정 담당 선거참모인 기혼 여성과 혼외 관계를 가졌다. 이 관계가 탄로나자 무마하기 위해 역시 선거참모였던 상대 남편에게 9만6000달러를 줬고, 영향력을 행사해 다른 일자리를 알선해줬다. 이 과정에서 돈을 부당하게 마련했다. 또 부적절한 로비스트 활동을 하도록 개입하기도 했다.

이런 실정법 위반 의혹들이 언론에 보도됐었으나, 당시 법무부 연방수사국(FBI)이나 선거관리위원회는 ‘적당히’ 조사를 하다 덮어버렸다.

하지만 동료 상원들의 윤리 의식은 그렇지 않았다. 상원 윤리위는 특별조사관을 임명, 이 사안을 정밀 조사토록 했다. 조사가 진행되면서 의혹들이 점차 사실로 드러났다. 엔자인은 사실이 조금씩 밝혀질 때마다 공화당 당직을 사퇴하고, 지난 3월에는 차기 선거 불출마를 선언했다. 결국 지난달 22일에는 의원직 사퇴서를 제출했다. 최소한 법적 기소를 면해보고자 한 것이다. 하지만 윤리위의 강력한 수사 촉구로 이마저도 피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바버라 박서(민주) 상원 윤리위원장은 기자회견에서 “엔자인은 윤리규정과 연방법을 위반했으며, 부적절한 행위에도 개입했다. 신뢰 있는 증거도 확보했다”고 말했다.

변호인단은 “의원직까지 사퇴했는데 사법 당국 수사는 너무 심한 것”이라는 입장을 내놓았으나 특별조사관 캐럴 브루스는 “드러난 증거들은 사퇴를 하지 않았더라도 충분히 의원직을 박탈해야 할 정도”라고 반박했다.

있으나마나 한 윤리 규정, 하나마나 한 윤리위 제재, 제 식구 감싸는 의원들, 이런 것들과는 거리가 먼 상원 윤리위의 추상(秋霜) 같은 결정이었다.

워싱턴=김명호 특파원 mhkim@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