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승유 하나금융지주 회장 “론스타와 계약연장에 올인”

입력 2011-05-14 00:33

하나금융지주가 금융 당국의 무기한 심사 보류에도 불구하고 외환은행 인수에 ‘올인’키로 했다. 하나금융 이사회도 김승유 회장의 사의를 만류하고 계약 마무리에 최선을 다해줄 것을 당부하면서 힘을 실어줬다. 그러나 칼자루를 쥔 론스타는 뚜렷한 입장을 내놓지 않고 있다. 오히려 론스타는 우선 한국 정부를 상대로 국제 소송을 내는 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계약 연장에 총력”=김 회장은 이날 서울 을지로 하나금융 본점에서 열린 긴급 이사간담회 후 기자들과 만나 “외환은행 인수가 보류됐지만 인수 추진을 위해 끝까지 최선을 다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김 회장은 “론스타와 계약 연장 등 다양한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면서 “인수 실패 시 자사주 매입 등을 통해 유상증자에 참여한 투자자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는 방안도 강구하고 있다”고 말했다.



론스타와의 계약 연장 기간은 본 계약과 같은 6개월 안팎이 될 것으로 보인다. 금융 당국이 법원 판결을 기다리기로 했기 때문에 1년 이상이 필요하지만 론스타 측이 이에 부정적인 것으로 알려졌다.



김 회장은 사퇴 여부에 대해 “이유야 어떻든 외환은행 인수가 지연된 것에 책임을 통감한다”면서 “다만 이사회에서 지금은 사퇴를 거론할 때가 아니라고 결론을 내린 만큼 외환은행 인수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금융 당국에 대한 아쉬움도 토로했다. 김 회장은 “대한민국의 맨 앞에 있는 외환은행이 왜 미국에 집어삼켜져야 하나. (금융 당국이) 사명감을 가져야 한다”고 말했다.



론스타, 정부 상대 소송 추진=론스타 관계자는 이날 “한국 정부를 상대로 소송을 내는 방안을 논의하고 있다”며 “국가투자자중재 조약 내용을 따져보고 가능하다는 결론이 나오면 절차를 밟을 수 있다”고 말했다. 론스타는 그러나 하나금융과 맺은 외환은행 매각 계약을 해지할지에 대해서는 아직 결정을 내리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권에서는 론스타가 이에 쉽게 응하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우세하다. 2분기에 현대건설 매각 이익을 비롯, 거액의 배당금을 받을 수 있는 데다 금융 당국이 심사를 보류한 이상 이번에도 외환은행 매각이 어려울 것이라는 판단을 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금융권 고위 관계자는 “론스타는 이미 여러 차례 학습효과를 통해 정부 허가 없이는 외환은행 매각이 어렵다는 것을 알고 있다”면서 “배당금만으로도 충분히 이익을 낼 수 있어 매각을 서두르지는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이번에 확실히 한국을 ‘탈출’하기 위해 하나금융과 한번 더 매각을 시도할 것이라는 반론도 만만치 않다. 어차피 언젠가 팔아야 한다면 하나금융이 정부를 설득할 시간을 더 주는 게 유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날 하나금융 주가는 하한가를 기록하며 3만7850원에 거래가 마감됐다. 하나금융지주가 하한가로 떨어지기는 2008년 11월 20일 이후 처음이다.

강준구 이경원 기자 eyes@kmib.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