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산은+우리금융’ 구상 바람직하지 않다
입력 2011-05-13 17:32
산은금융지주가 우리금융을 매입할 태세다. 강만수 산은지주 회장은 올 3월 취임 이후 적극적으로 우리금융 매입을 추진해 왔고, 이에 정부도 우리금융 매각을 재개하겠다고 밝혔다. 우리금융 인수 참여에 걸림돌이 돼 왔던 금융지주회사법 시행령까지 개정할 계획이다.
강 회장은 2008년 기획재정부 장관 시절부터 초대형 은행(메가뱅크) 추진을 주장해 왔다. 다만 현행 금융지주회사법 시행령에 따르면 금융지주사가 타 금융지주사를 인수하려면 지분 95% 이상을 사들여야 한다. 그런데 정부는 이 규정을 ‘공적자금 투입 금융지주회사의 경우는 지분 50% 이상만 매입’하는 것으로 완화한다고 한다.
정부와 강 회장이 메가뱅크라는 한 목적을 위해 조율하고 있는 인상이다. 현재 국내 주요 금융지주사 중 우리금융에 관심을 보이는 곳은 산은지주뿐이다. KB금융지주 어윤대 회장은 13일 ‘준비 부족’이라며 관심 없음을 분명히 밝혔고, 하나금융지주는 외환은행 인수 외에는 관심 밖이다.
이제 총자산 346조원인 우리금융과 159조원인 산은금융이 합쳐 총자산 505조원의 메가뱅크가 탄생할 날도 멀지 않았다. 그러나 이는 정부가 우리금융을 매각하려고 했던 원래 목적에서 크게 벗어난 것이다. 우리금융 매각의 초점은 1997년 외환위기 직후 금융 회생을 위해 쏟아부은 공적자금을 민영화를 통해 회수하자는 데 있었다.
사실 산은금융지주도 민영화 대상에서 예외가 아니다. 그런데도 지금 민영화 문제는 온데간데없이 메가뱅크만 거론하는 것이 마뜩찮다. ‘메가뱅크=높은 경쟁력’ 식의 논리도 이해하기 어렵다. 자산 규모로 세계 상위권을 차지하는 일본 메가뱅크들의 경쟁력이 높다는 얘기는 들은 바 없다.
무엇보다 우리나라 GDP의 절반에 해당하는 자산 규모 500조원 남짓의 대형 국유은행 탄생이 현 시점에서 과연 타당한가 하는 점을 따져봐야 한다. 관치금융의 악폐가 아직 생생한데 금융시장에 또 다른 관치의 소지를 만들 까닭이 없지 않은가. 이는 ‘탈 정부, 시장자율 강화’라는 글로벌 경제의 시대정신과도 안 맞는다. ‘산은지주+우리금융’의 메가뱅크 구상은 폐기해야 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