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허술한 軍 의료체계 대수술해야
입력 2011-05-13 17:24
사랑하는 아들을 군에 보낸 부모들은 아들이 무사히 제대하기만을 학수고대한다. 아들이 사건·사고에 연루되지 않고, 아프지도 말고, 그저 몸 성히 전역하기를 간절히 바란다. 하지만 군에서 들려오는 소식, 특히 군 의료진의 오진과 늑장 대응으로 발생하는 군 의료사고는 부모들의 애간장을 녹일 만큼 후유증이 심각하다.
식물인간이 된 육군 오모 병장 사례는 군 의료체계의 허술함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다. 오 병장은 결핵을 앓고 있는데도 사단 병원에서 우울증이라는 오진을 받고 방치됐다. 나중에 상급 군병원에서 폐결핵 확진 판정을 받았지만 뇌수막염과 뇌경색이란 합병증까지 얻어 식물인간이 된 것이다.
뇌수막염에 따른 패혈증 등으로 인해 숨진 노모 훈련병이 부대 병원 의무병으로부터 처방받은 것은 해열진통제였다. 정확한 진단과 신속한 진료가 이뤄졌다면 막을 수 있는 사례들이었다.
군 의료체계의 가장 큰 문제점은 고급 의료 인력 부족 현상이다. 군의관 2200여명 가운데 95%가 3년 만에 전역하는 단기 군의관이다. 임상 경험이 부족한 이들에게 양질의 의술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민간 의사들을 계약직으로 채용하려는 국방부 계획은 보수 등의 문제로 지지부진한 상태다.
군의관을 자체 양성하려던 국방의학원 설립 법안은 의료계 반발과 예산 문제로 무산됐다. 의료보조 인력 부족과 노후된 군 의료시설·장비 역시 문제다. 군 의료체계에 대한 불신은 장병들을 민간병원으로 내몰고 있다. 민간병원 위탁 진료 건수가 2005년 576건에서 2009년 2400여건으로 급증했다.
군 당국은 직업군인은 물론 국방의무를 다하기 위해 입대한 사병들의 건강을 책임질 의무가 있다. 문제투성이의 군 의료체계를 언제까지 방치할 수는 없다. 군 당국은 장기복무 군의관 확보, 노후 시설·장비 교체 등 근본적인 개선책을 내놓아야 한다. 총기 테러로 머리에 총상을 입은 가브리엘 기퍼즈 미 하원의원을 살린 한국계 미국인 피터 리 박사를 한국에서도 보고 싶다. 그가 장병 수술을 집도하면서 실력을 쌓은 것을 군 당국은 명심할 필요가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