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담] 장편 ‘토란’ 작가 이현수-中 소설가 장웨이

입력 2011-05-13 17:44


“1990년대 한글 번역 ‘옛 배’ 내용 통째로 누락된 해적판”

제5회 한중작가회의에 참가한 장편 ‘토란’의 작가 이현수(52)씨가 지난 11일 중국 산시성 시안 탕화호텔에서 산둥성((山東省)작가협회 주석인 소설가 장웨이(張?)와 대담을 나눴다.

장편 ‘옛 배’, ‘구월의 우화’, ‘고슴도치 노래’를 발표하며 중국 문단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장웨이(이하 장)와 이현수씨(이하 이)는 5년 전 열린 제1회 한중작가회의에서 처음 만난 이래 지금까지 중간 통역자를 통해 이메일을 주고받으며 교류의 폭을 넓혀왔다.

△이=얼마 전 제가 쓴 단편 ‘장미나무 식기장’이 중국어로 번역됐습니다. 이메일로 보내드렸는데 읽어보신 느낌이 어떠했는지요. 제가 중국어를 잘 몰라 어느 정도 완벽하게 번역됐는지 궁금하군요.

△장=대체로 번역이 잘 됐더군요. 면밀하면서 섬세한 작품이더군요. 다만 어떤 부분은 밋밋하게 번역되었더군요. 하지만 이 소설은 동양인이라면 누구나 익히 알 수 있는 느낌을 자아냅니다. 담담한 애상이 마음속에서 살아나는 작품이지요.

△이=당신의 작품 ‘옛 배’는 한국에서 ‘새벽강은 아침을 기다린다’로 1990년대 중반에 번역되어 읽어본 적이 있습니다. 인도주의적인 관점에서 인류 생존에 대한 시적 상상력을 보여주고 있는 작품인데 당신의 작품 세계에 대해 간략히 설명해주세요.

△장=사실 제가 산둥성 출신이라 한국어를 배울 기회가 있었지만 그 기회를 살리지 못한 아쉬움이 있습니다. 소설 ‘옛 배’가 한국어로 번역됐다는 사실도 지난해 방한해서 알게 되었지요. 그러나 그건 해적판이지요. 전문가에게 물었더니 삭제된 부분도 있고 장(章)이 통째로 누락됐다고 하더군요. 올 연말쯤 대산문화재단과 문학과지성사가 함께 출간하고 있는 대산세계문학총서로 새롭게 번역될 예정입니다.

△이=산둥성 출신답게 그쪽 방언을 작품에 녹여내기도 하는지요.

△장=방언을 쓸 때도 있고 안 쓸 때도 있어요. 고전을 주제로 한 작품에는 방언을 쓰지만 산둥성 또한 무척 넓기 때문에 그 지역 사람만 해도 알아듣지 못하는 방언이 수두룩합니다. 방언은 특유한 맛이 있는데 독자들이 알아듣지 못하면 아무 소용이 없지요. 방언과 표준어의 미묘한 차이를 이해하고 느끼면서 쓰는 것은 작가의 의무이지요.

△이=작가적 고민이 있다면? 예컨대 소재나 주제를 선택할 때 어떤 고민을 하는지요.

△장=나이가 50대에 들었으니 생이 많이 남은 것은 아니겠지요. 인생의 경험을 다시 정리해서 새 경지를 개척해야겠다는 생각을 갖고 있어요. 인생의 긴박함 같은 것을 느끼는 나이인지라 문학뿐만 아니라 내 인생을 반추해서 새로운 것을 쓰고자 합니다.

△이=작년에 대작을 출간했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장=22년 동안 써온 4200만자에 달하는 ‘당신이 고원에 있다’라는 대하소설입니다. 13권으로 출간되었지요.

△이=정말 방대한 작품이군요. 번역이 된다면 꼭 읽어보고 싶군요. 한국어로 출간될 다른 작품은 없는지요.

△장=얼마 전 산문집을 한 권을 번역출간하기로 계약을 했어요. 중국 제(齊) 나라의 문화에 대한 이야기인데 한국과 관련된 대목도 있지요.

△이=중국어로 번역된 제 작품을 중국 작가인 당신이 늘 읽어준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든든합니다. 당신은 제게 번역의 수준을 가늠할 수 있는 바로미터나 마찬가지입니다. 저 역시 당신의 작품이 한국어로 출간되면 꼭 읽고 어떤 수준으로 번역됐는지 독후감을 보내드리겠습니다. 한·중 작가가 서로 교류하면서 번역의 문제 등에 대해 점검해 나간다면 제가 중국어를 모른다해도 안심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시간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정철훈 선임기자